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신천지를 경계하자는 주장은 일찍부터 있었지만 기독교 내부의 흔한 ‘이단’ 논쟁쯤으로 여겼다. 코로나19의 ‘신천지’ 집단 감염이 없었다면 신천지 정체는 묻혀 버릴뻔 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사이비 종교들의 폐해를 여러 번 경험했다. 전용해의 백백교, 박태선의 감람나무, 조희성의 영생교, 근년 유병언의 구원파도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신천지의 정체도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나야 할 것이다.

차제에 우리는 사이비 종교가 쉽게 착근하는 우리 사회의 토양부터 살펴보자. 우리사회는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되고 희망의 사다리마저 사라진 절망의 구조는 쉽게 사이비 종교의 온상이 된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의 신뢰는 무너지고 경쟁적 사슬 구조는 더욱 강화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소외되고 불안한 사람들은 정신적 도피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식당과 술집, 노래방, 모텔 등 유흥업소가 증가할수록 교회도 증가하는 기이한 구조이다. 사이비 종교는 이러한 취약한 틈새를 파고드는 괴물이다.

우리와 같은 다종교 사회도 사이비 종교의 온상이 된다.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다종교의 공존 사회이다. 기독교는 여러 종파로 분열되어 특정 종파는 다른 종파는 구원이 없다고 선전한다. 일본산 신흥종교까지 번창하고, 서울에는 이슬람 사원까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종교는 형식주의로 흘러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기독교 망국론’을 열변하던 어느 철학 교수님 모습이 떠오른다. 세계 종교의 전시장이 된 우리 사회는 사이비 종교가 언제라도 슬쩍 끼일 수 있는 토양이 있는 것이다.

한편 사이비 종교가 파고든 것은 우리의 기성 종교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어느 종교나 배금주의와 물신주의가 유행하고 있다. 종교는 이미 사회적으로 상처받은 외로운 사람들의 위로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기성 교회의 세습 문제나 파벌 싸움으로 송사로 번지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회는 매너리즘에 빠져 신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 신천지 같은 사이비 종교는 생활 밀착형 방식으로 쉽게 접근한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재림 예수가 되고 달콤한 구원 메시지로 신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신천지집단이 기독교나 천주교의 신자를 포섭대상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이비 종교의 척결은 아직도 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의 불평등한 불안 구조부터 바로 잡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물질문화와 정신문화의 간극을 메우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중 최상위의 욕구를 ‘초월적 존재’에 대한 욕구로 규정했다. 인간이 절대자를 추앙하는 종교심은 고상한 단계의 욕구라는 것이다. 오늘날 기성 종교는 자신들의 역할과 사명을 바르게 깨달아야 한다. 모든 종교인들은 자신의 신앙이 세상 것만 추구하는 기복 신앙에 흐르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