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낙타는 오직 앞만 보고 걷는 충직한 성품을 가진 사막의 동물임을 들어 평생을 가난 속에서 청렴하게 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시인이 바로 낙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어서 다시 후생에 태어나더라도 자신 같은 사람을 태우고 가는 낙타로 태어나겠다고 말하는 노시인의 달관된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