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락

의자에 앉으면 내 몸은 유체이다

아니 갑자기 뼈가 없어져 버리는 연체동물이다

의자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게

내 몸은 자동적으로 변형된다

튀어나온 어깨 부분에서는 내 어깨도 튀어나오고

쑥 들어간 허리 부분은 내 허리가 알아서 가듯이

의자의 깊은 골 따라 알맞게 들어간다

의자에 앉으면 방금 전까지 벌판에서 펄펄 뛰던

내 몸의 야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는 말 잘 듣는 얌전한 애완견처럼

의자의 본에 맞춰 내 몸을 재조정한다

달리는 봉고차 의자에 앉아서

말없이 졸면서 한나절씩이나 보내야 하는

나의 불규칙한 생계여

여태 나는 내가 살아있는 줄도 모르고 살고 있네

시인은 의자에 따라 몸도 마음도 변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생계를 위해 삶의 여건과 조건, 생활의 패턴이 바뀌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주어진 상황에 적응해가며 애완견처럼 길들어 가는데 대한 서글픈 심정을 토로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