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태만 vs 격무 탓’ 순찰차 쪽잠 시끌
‘근무태만 vs 격무 탓’ 순찰차 쪽잠 시끌
  • 황영우·이시라기자
  • 등록일 2020.02.20 20:31
  • 게재일 2020.0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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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 경고처분 전국 이슈
열악한 근무조건 문제로 확대

지난 19일 밤 포항남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서 경찰관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 제공
지난 19일 밤 포항남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서 경찰관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 제공

경찰의 ‘순찰차 쪽잠’ 논란이 경찰의 전반적인 격무 환경에 대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달 초 전북지방경찰청이 순찰을 소홀히 한 지구대·파출소 직원 15명에 대해 경고 처분을 하고 근무지를 전환 배치했는데,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에게 어느 정도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라는 옹호론과 “치안 공백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느냐”라는 비판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포항 시민 “야간 수당 받는다면
근무 중 자는 행위 잘못이 분명”

지역 경찰관 “비번임에도 근무
수당은 목숨 주는 값이라고도”

전문가 “비난 가능성 있어보여
근로환경 개선 정부 노력 필요”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북청에 경고를 받은 직원들은 지난달 20일 밤부터 21일 새벽까지 근무시간에 순찰차를 세우고 잠을 자거나 사무실의 불을 끈 채 쉬다가 적발됐다. 이들이 받은 경고는 징계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되는 파면·해임 등의 공식 징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으로 작용될 수 있다.

단순한 근무태만에 대한 경고로 끝날 줄 알았던 이번 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북경찰청이 야간 순찰을 소홀히 한 직원들을 경고 처분한 것에 반발’, ‘경찰관도 소방관처럼 대우해주세요’라는 글이 잇따라 게시되는 등 경찰 전반에 대한 문제로까지 확대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와 관련 시민 대부분은 ‘경찰의 업무태만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포항시민 김모(27)씨는 “경찰관이 야간에 근무를 서면 수당을 받는다고 들었다”며 “근무시간에 잠을 자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됐고, 징계를 받은 것은 당연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소방공무원하고 비교한 것은 잘못됐다”면서 “같은 공무원끼리 ‘누가 더 고생하느냐’는 식으로 다투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밝히는 등 경찰 내부에서도 일부는 자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일선 경찰관들을 비롯한 경찰 대부분은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안타까운 결과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포항남부경찰서 소속 10년차 경찰관 A씨는 “우리는 주취자의 폭언과 폭행을 거의 매일 받고 있다”며 “기계가 아닌 사람이 밤을 새워 근무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료는 당직을 서서 받는 월급을 우스갯소리로 목숨이 줄어드는 값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상대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 역시 “야간순찰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를 하는데 대기시간은 3시간 정도다”면서 “경찰은 신고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예방 활동도 병행하고 있어, 실질적인 휴식시간은 1시간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주간, 야간, 비번, 휴무로 근무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비번 날에도 근무를 서는 날이 많다”며 “정부에서는 매년 경찰 인력을 많이 뽑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인력이 충원된 걸 느끼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근무태만 이슈에서 열악한 경찰의 근무조건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모두 103명으로 한해 평균으로는 20.6명이다. 10만 명당 기준으로 환산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관 수는 연간 19명(2013∼2017년) 정도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공무원(10만 명당 8명)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역에서도 지난 2017년 9월 26일 새벽 포항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고 최준영 경장(당시 순경)이 근무지에서 피를 흘리며 숨졌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은 “사인이 불명확한 만큼 업무와 사망의 연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두 달 뒤인 11월 21일 순직을 불허하기도 했다. 이에 논란이 일자 재조사를 통해 공단이 최 경장의 순직을 최종 승인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선린대학교 경찰행정과 홍승철 교수는 “근무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비난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근로기준법상 경찰 공무원이 일반 근로자보다 근로조건이 나쁘다면 정부가 나서서 인력 충원 등 처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영우·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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