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통찰력으로 현대를 보다
‘사기’의 통찰력으로 현대를 보다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20.02.20 20:13
  • 게재일 2020.0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기어록’

김원중 지음·민음사 펴냄
역사·1만8천원

인간과 권력에 관한 영원한 고전 ‘사기’는 52만 자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된 동양 역사서의 근간이요 인간학의 보고다.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이라는 가혹한 삶의 조건 속에서 혼을 담아 써내었기에 깊은 생각의 단초들이 행간에 녹아 있으며 하나같이 명언명구로 장식된 정교한 갑옷과 같은 책이다.

‘사기어록’(민음사)은 개인으로서 최초로 ‘사기’를 완역한 동양고전의 대가 김원중 교수가 ‘사기’에서 200여 편의 명구를 뽑아 그 명구가 나온 역사적 배경과 간취할 수 있는 통찰력을 현대적 사유 속에 담아낸, 핵심 어록이다. ‘나’로부터 ‘타인’으로, ‘세상’으로, ‘시대’로 이어지는 맥락을 따라 현시대 당면과제를 놓고,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기’는 사마천이 궁형을 당하는 치욕을 겪으면서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발분(發憤)의 마음으로 쓴 역사서이다. 진시황이 중국 영토를 통일했다면, 사마천은 관념적 ‘통일 중국’을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사마천의 ‘사기’가 가진 영향력은 오늘날까지도 지대하다. ‘사기’는 ‘본기’ 12편, ‘표’ 10편, ‘서’ 8편, ‘세가’ 30편, ‘열전’ 70편 등 총 130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시간적으로는 상고(上古) 시대부터 한나라 무제 때까지 아우르며, 공간적으로는 옛 중원을 중심으로 주변 이민족의 역사까지 다뤘다. 사마천은 인간 중심적 역사관을 기저로 해 탁월한 안목으로 인간과 세계를 탐구했고, 2000년이 넘도록 ‘인간학 교과서’라고 불리며 회자되는 ‘사기’속에 생생한 인간상을 담아냈다. 2011년 9월 김원중 교수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인으로서는 세계에서 최초로‘사기’전편을 완역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중 가장 먼저 출간된 ‘사기 열전’은 교수신문‘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에서 최고 번역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원중 교수가 완역한‘사기’는 4천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대작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사기 열전’만 해도 전체 1천800여 쪽에 달해 독자들이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에 김원중 교수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가장 뜻 깊을 명언명구를 가려 뽑아 해설을 달았다.

‘인간과 권력의 본질’은 무엇이며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파고든 사마천의 성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장들이다.

‘사기어록’은 ‘나’로부터 ‘타인’으로, ‘세상’으로, ‘시대’로 이어지는 맥락을 따라 4부로 구별함으로써 지금 당면한 과제의 기준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와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의 풍성한 어록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축하고 있다. 경구도 있고 격언도 있으며 상소문도 있고 서간문도 있고 속담도 있다. 춘추전국시대와 초한 쟁패 과정을 주축으로 하는 격변의 상황 속에서 탄생된 ‘열전’의 어록들이 가장 많지만, 제후들의 이야기를 담은 ‘세가’와 제왕들의 이야기인‘본기’의 어록들도 수두룩하다.

‘사기’의 쉼 없는 생명력의 원천은 바로 인간 개개인의 고뇌와 갈등을 통찰한 데 있다. 천하를 호령한 제왕뿐 아니라 그 아래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소소한 개인들이 자신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담아낸다. 이를 통해 사마천은 영원한 성공도, 영원한 실패도 없다는 인간의 흥망성쇠를 밝히고, 역사는 잠재력을 지닌 개개인에 의해 변화한다는 뜻을 새긴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님의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