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코로나 19’와 같은 대형 사건들이 여럿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겨울 실종 사건’이다. “내 인생 90년 만에 이런 겨울은 처음이다.” 내복 없이 겨울을 나셨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올겨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패턴은 앞 숫자만 다를 뿐 똑같다. 필자 또한 이런 겨울은 난생처음이다. 아무리 바빠도 겨울방학에 아이들과 스키장은 꼭 갔는데, 올해는 필자도 필자이지만 아이들이 스키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겨울 추억 하나 갖지 못하고 봄꽃을 보는 느낌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깨어난 것과 같은 기분이다. 영화를 보면 중요한 것을 기억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흡사 요즘의 필자 모습이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을 보내는 지금이 필자는 너무 고통스럽다.

겨울에 대한 기억만큼이나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학교 자유학년제’이다. EBS는 작년에 “2020년까지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년제, 당신의 아이는 준비되었나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유학년제를 다음과 같이 미화하였다. “평소에 공부에 관심이 없고 진로에 목표가 없던 자녀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적성을 찾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중략) 학생의 변화에 대해 평가하고, 취약 부분과 보완할 점에 대하여 기록하는 방식으로 학생에게 학습 동기까지 심어주는 평가방식 (….)”

마지막까지 쓰고 싶었지만, 필자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생략한다. 정말 1년 만에 학생들이 이렇게 변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언제나 희망은 희망일 뿐이다. 자유학년제의 이론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교육제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어떤가? 교육 이상주의자나 어용(御用) 정치 교육 관료 말고 자유학년제의 내용을 믿는 국민은 과연 얼마일까?

다른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필자가 절대 믿지 않는 것은 평가 관련 내용이다. 과연 이 나라 교사들은 학생의 변화에 대해 평가할 능력이 있을까? 아니 그 방법은 알기나 할까? 몇 번의 교사 연수로 그런 능력이 길러질까?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갇혀 단어 하나 때문에 벌벌 떠는 사람이 이 나라 교사인데 과연 그들이 어떻게 학생의 취약 부분과 보완할 점에 대하여 기록을 한다는 말인지 필자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초등학교 7학년! 이 말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이 자유학년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필자는 이 말을 3년 전부터 듣고 있다. 다음 학부모님의 말을 교육 관료들이 제발 마음으로 듣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더 고통받기 전에 자유학년제를 중학교 3년 전 과정에 걸쳐 실시하든지, 아니면 과감히 수정하기를 강력히 건의한다.

“(….) 자유학년제인 1학기를 순탄하게 보내는 것처럼 보였으나 2학기에 접어들면서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가 시험과 입시로 흐리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목적의식 없이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로서 자유 학년제의 모순을 직접 경험해봄과 (중략) 현재 학교 환경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은 아이에게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찾아주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입학을 희망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