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답잖은 겨울
시답잖은 겨울
  • 등록일 2020.02.16 20:07
  • 게재일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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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도무지 겨울답잖은 날씨다. 겨우내 평년기온을 웃돌던가 싶더니 어느새 입춘이 지났다. 연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에 장마같은 비가 내리고 대한(大寒)마저 양광에 맥을 못추니, 엄동설한이 무색하게 겨울날이 실종된 듯하다. 한반도 동장군의 직무유기(?) 탓인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점차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겨울인데도 날씨가 그다지 춥질 않으니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형산강 둑길로 출퇴근하는 필자는 올 겨울 들어 내복 한번 입은 적이 없어도 거의 한기를 느끼지 못했다.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유년과 초·중등시절을 보내면서 겨울이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칼바람에 얼굴과 머리를 꽁꽁 싸매고 다녀도 눈물 콧물을 흘리기가 일쑤였다. 더욱이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갈 때는 장갑마저 변변찮아 쇠죽 끓인 아궁이에 묻어 놓은 뜨거운 돌을 종이에 싸서 요즘의 손난로처럼 들고 가며 추위를 달랬으니 오죽했으랴. 그렇게 추위가 혹독해도 뛰놀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학교를 오갈 때는 나름의 방법으로 방한의 슬기를 찾으며 추위와 시련에 내성(耐性)을 키워왔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얘길 하면 춥고 어려웠던 시절의 소설같은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겠지만-.

그래도 동장군은 체면이라도(?) 세우려는지 막바지 겨울에 바싹 추위의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이미 봄날은 저만치서 기웃대는 듯하다. 추워야 할 겨울에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인해 농작물 경작이나 각종 행사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해충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일찍 싹을 틔운 작물의 경우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 냉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지역의 특색있는 축제가 비상이 걸리거나 일정이 축소되어 끝난 곳이 더러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날씨였다. 하긴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라 수년 아니, 십 수년 전부터 차츰 나타났었던 기후변화이니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날씨로 인한 차질과 피해가 우려되고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세우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시답잖은 겨울날씨 탓인가? 요즘 정치권이나 사회적인 판세가 날씨만큼이나 갈팡질팡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여는 여당답지 못하고 야는 야당답지 못하다. 또한 진보는 누구를 위한 진보인가 의심의 눈총을 받고 있고, 보수는 아집만 내세우는 생떼의 보수인가 의아하게 만들고 있으니, 시민과 국민은 과연 무엇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념과 견해는 개개인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진실과 정의, 공익과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그 궤를 같이해야 하지 않을까?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 맛이듯이,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궁극적으로 우리는 우리답게 처신해 나갈 때 우리 모두는 개개인의 조화로운 삶의 양태 속에서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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