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거센 항의성 발언 봇물
공천 때마다 혁신 타깃 삼으며
보수 심장부 자존심 짓밟는 격
TK 다선 왜 안 돼나 울분 토로
일부 의원 “무소속 자신 있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이 TK의원 50% 이상 물갈이에 나선 황교안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 TK의원들은 그동안 공천관리위원회가 “국민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TK 의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겠다”는 등 TK물갈이 압박에도 속앓이를 했지만, 중앙언론 등에서 TK를 마치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며 TK를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한국당 TK의원들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위원장의 TK 50% 이상 물갈이론과 관련해 “공천 기준도 나오지 않았는데, TK 70% 이상 물갈이를 한다는 말이 왜 나오느냐”며 항의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발언을 한 TK 한 의원은 “TK의원들은 칼날 위에 서 있다. TK지역은 보수우파의 산실이며 심장부인데도 불구하고 왜 공천 때마다 공천 학살의 타깃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어디까지나 공관위가 공평한 기준, 투명한 절차, 공정한 심사를 통해 공천을 하고, 이 기준을 통해 70% 이상 물갈이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천 기준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치를 정해놓은 물갈이 얘기가 왜 나오느냐. 당이 나서서 TK 70% 이상 물갈이를 언급하다 보니 이미 지역에서는 공천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됐다”며 “지금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다닐 때인데, 공천 탈락자로 낙인돼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어버린 느낌”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일부 TK의원들은 “공천 때마다 혁신공천 등의 이유로 TK지역은 매번 물갈이돼, 4선 이상의 TK의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왜 TK에는 다선 의원이 있으면 안 되느냐”며 따졌고, 당 지지율보다 의원 지지율이 낮은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은 가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갈이론에 대한 비공개 의총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의총장을 나온 TK 한 의원은 “당에서 마음대로 하라고 해라. 공천을 위해 비굴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의원들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으로 지역구 활동을 하지 못하게 붙잡아 놓는가 하면, 장외투쟁한다고 당원들 동원하라고 했다. 이제 와서 지역에서 지지율이 안나오면 컷오프 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서 당이 아니어도 자신있는 의원들이 많다”며 컷오프 시 무소속 출마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비공개 의총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난 또 다른 TK의원은 “물갈이 목표가 무엇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좋은 인재들을 영입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TK지역 출마자들의 면면을 보면 선거에서 2∼3번 도전하는 후보들, 철새처럼 당을 옮겨다닌 후보들, 지역구를 여기저기 옮겨 다닌 후보가 상당수다. 이런 사람들을 새로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격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수도권에서도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에 좋은 인재를 영입해,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당은 온통 TK물갈이에 관심이 쏠렸다”고 비판했다.

이날 의총에 앞서 한국당 TK의원들은 김재원 정책위의장 주재로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TK물갈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황 대표를 면담해 TK물갈이론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