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힘이 아주 센 ‘흰쥐의 해’라고 한다. 쥐는 생명력이 강한 동물이라 먹을 복과 강한 생활력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어두운 곳에서도 활동력이 뛰어난 습성을 가졌으니 난관을 재치있게 해결하는 행운이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거 60~70년대의 쥐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 해를 입히는 존재여서 ‘쥐잡는 날’이 있었다. 당시에는 저녁 6시가 되면 사이렌 소리가 온 동네를 울렸다. “오늘은 쥐약 놓는 날입니다. 동민 여러분은 일제히 쥐약을 놓아 주십시오.” 한달에 한번씩 같은 날에 전 주민이 동시에 쥐약을 놓아 효과적으로 쥐를 잡았다. 그런데 이제는 당시의 협동 정신과 지혜가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데 쓰여야 할 것 같다.

미세먼지(PM10, PM2.5)는 WHO 지정 1군 발암물질
대구경북 초미세먼지 나쁨일 수 많고, 12~3월에 집중
국가기후환경회의 거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관계부처 합동 ‘미세먼지관리 종합계획’ 역대 최강
미세먼지 대구시민원탁회의 통해 합리적 대안 도출

□ 고농도 미세먼지에 국가적 ‘사회재난’으로 대응

작년 2019년 1월과 3월에 유례없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되어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높아졌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해롭다는 인식은 하게 되었지만 주배출원, 조성성분, 자연과 인간에 영향 그리고 삭감대책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잘 알지 못한다.

미세먼지는 대부분 대기오염물질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크기가 매우 작아서 몸속 깊이 침투하여 호흡기,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에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2014년 한 해에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무려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3월 국회는 재난안전법에 미세먼지를 화재, 폭발, 교통사고 등과 같은 ‘사회재난’에 포함했다.

2018년에 관측된 시·도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보면 대구와 경북지역이 각각 22㎍/㎥와 24㎍/㎥로 전국 최대농도를 보인 충북(27㎍/㎥) 보다는 낮았으나 중상위의 농도였다. 국가에서 설정한 환경기준 농도인 15㎍/㎥보다도 매우 높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는 미세먼지 축적이 유리한 분지지형과 적은 강수량에 있고 대구경북 지역내 산업체에서의 높은 배출량도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초미세먼지 연간 농도변화를 보면 겨울과 봄철 농도가 높으며, 특히 12~3월 중 월평균 농도는 연평균 대비 매우 높은 수준(30~32㎍/㎥) 이다. 고농도일수는 연간 10~18일 발생하였는데 12~3월 중에 50~100% 집중하였다. 이러한 12~3월의 고농도 현상은 작년 1월 14일과 3월 5일에는 서울기준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29㎍/㎥과 135㎍/㎥로 치솟아 2015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가 국가 최우선 해결과제로 부상되었다.

□ 12~3월 고농도 미세먼지에 ‘계절관리제’로 강력 대처

정부는 근본적인 미세먼지 해법을 도출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 전UN사무총장)와 국무총리소속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국무총리·민간 공동위원장)를 조직하였다. 이들 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지난 연말 관계부처 합동의 미세먼지 고농도시기(2019년 12월~2020년 3월) 대응특별대책과 미세먼지관리 종합계획(2020~2024)을 수립하였다.

두 계획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내어놓은 미세먼지 대책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대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미세먼지 고농도시기(2019년 12월~2020년 3월) 대응특별대책은 ‘계절관리제’로 약칭되고 있는데, 비상저감조치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고농도 극복에는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수립되었다.

비상저감 조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정시간 지속될 경우 단기간 국내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된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배출가스 5등급 차량(대부분 15년 이상 경과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사업장·공사장 조업단축 등의 조치를 포함한다.

‘계절관리제’ 기간에 고농도 미세먼지 지속 또는 악화 시에는 단계별로 기존 비상저감조치보다 더욱 강화된 추가조치가 시행된다. 추가조치는 산업·발전·수송·생활 배출원별 추가삭감, 한·중협력강화, 위기관리체계구축 등으로 고농도 상황을 최대한 완화한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미세먼지관리 종합계획(2020~2024)은 이전 대책의 체감효과가 매우 미흡하여, 12~3월에 특화된 ‘계절관리제’뿐만 아니라 연중 국내 감축량을 획기적으로 증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적극적 동참 의지 보인 대구 시민

작년 11월 25일 “시민과 함께 ! 잡아라 미세먼지, 숨 쉬는 맑은 대구”를 모토로하여 ‘미세먼지 대구시민원탁회의’가 개최되었다. 대구광역시내 8개 구군에 거주하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약 250여명이 참가하여 열띤 토론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였다. 다년간 축적된 원탁회의 노하우를 살려 참가자 의견을 효율적으로 취합하여 공유하고 합리적인 토론으로 정책 당국이 참고할 만한 대안이 제시되었다.

이번 원탁회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대한 참가자의 인식과 석탄발전소(미세먼지 최대배출원) 운행중단과 전기요금인상, 배출가스 5등급차량 운행제한 및 차량 2부제 등 ‘계절관리제’핵심제도의 세부시행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의하였다.

집계결과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대해 알고 있는 참가자 비율은 64%로 상당히 높았다.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한 효과적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5등급차량 운행제한(34%), 석탄발전소 운행중단과 전기요금인상(25%), 차량 2부제 시행(24.5%) 순으로 높게 응답하였다. 4인 가구당 전기요금 추가부담 가능 금액으로는 월 1천200원(33%), 월 5천원(30%) 순이었고 부담을 반대하는 응답자는 23% 정도로 낮았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전지역 44%, 시내일정지역 22%, 특정시간대 18%의 순으로 높게 응답하였고, 반대는 13% 정도로 낮았다. 차량 2부제 시행방법은 민간부문확대 37%, 민간부문 자율확대 37%, 공공부문만 시행 17%의 순으로 높게 응답하였고 반대는 7% 정도로 낮았다. 이상에서 참가한 시민들은 미세먼지의 획기적 감축을 위해 유례없이 강력한 제도인 ‘계절관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대구형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집중분야에 대해서는 교통수단의 전환(전기차, 대중교통), 시민인식 확산 캠페인(미세먼지 잡는 날), 에너지 생산방식의 전환에 대해 높은 찬성의견이 나왔다. 이상의 원탁회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동참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은 매우 다양하고 반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의 건강권을 우선시하면서도 자영업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올해 경자년 흰 쥐의 해에 추억의 ‘쥐잡는 날’을 떠올리며 시도민이 힘을 합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를 완전히 몰아내는 계기가 될 ‘미세먼지 잡는 날’의 원년을 만들어 보자.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남광현 고려대 석사, 경북대 토목·환경공학 박사, 일본국립환경연구소 공동연구원, 대한환경공학회 대구경북지회장 역임, 한국환경공단 기술자문위원, 포항시 환경정책위원,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문제 해법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환경인으로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