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택 수

(…·)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 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밤낮 지게를 지고 노동하며 자식을 키워온 아버지는 등에 지울 수 없는 지게 자국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을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회한을 읽은 시인은 자식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고 평생 힘겨운 생을 살아온 아버지가 쓰러지고 병원 욕실에서 비로소 아버지의 등을 본 것이다. 시인의 가슴 속에도 눈물이 흐르고 회한의 회오리바람이 일었을 것이다. 이 땅 아버지들의 고귀한 희생과 눈물겨운 자존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