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이 전세계를 놀라게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3주 동안 알래스카와 북서 태평양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겨울이 ‘동면’에 들어간 수준이며, 지난달 말부터 미국 동부 날씨는 3월·4월의 봄 날씨에 가까웠다고 보도했다. WP는 따뜻한 겨울의 원인으로 유난히 강한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극 소용돌이) 때문이라고 했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이나 남극 지방의 대류권 상층부부터 성층권까지에 걸쳐 형성되는 영하 50∼60도의 한랭 기류를 말하는데, 이것이 극권의 차가운 공기와 그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한 따뜻한 공기 사이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중위도 지방으로 남하하지 않고 북극 주변에만 집중되는 바람에 따뜻한 겨울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

한랭 기류가 북극 일대에 집중된 탓에, 오히려 북극해 인근의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등에서는 오히려 기록적인 추위가 찾아왔다. WP에 따르면 지난주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 온도는 화씨 영하 87도(섭씨 영하 66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1년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온도였다.

우리나라도 이상 기후로 남원 남꽃축제·평창 송어축제·안동 암산얼음축제 등 전국의 겨울축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가장 유명한 겨울축제 중 하나인 화천 산천어축제도 두 차례나 개막이 미뤄졌다.

일본 북부 섬 홋카이도에도 올해 기록적으로 눈이 오지 않아 오는 31일 개막을 앞둔 삿포로 눈축제를 위해 삿포로 교외 지역에서부터 행사장으로 눈을 옮기느라 진땀을 흘릴 정도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가 된 지 오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