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향

달밤이면 야수로 변하는 사내가 있었지 빈 들판 서늘한 나뭇가지 끝

둥글고 빛나는 보름달 차오르면 깊고 어두운 늪 갇혀 있던 그의 살갗엔 하나 둘 길고 뾰족한 가시 돋아났지

벌거벗은 흰 달빛 아래 꿈속처럼 아득한 전설

가시를 꽃처럼 품어줄 처녀의 자궁 바라의 씨 뿌리는 거야

야성의 내력 감추고 끝끝내 살아남아 달의 아이 잉태하는 거야 선명한 아침 햇살 떠오르면 붉디붉은 목숨 거듭나기 위해

시인은 벌거벗은 흰 달빛 아래 꿈속처럼 아득한 전설 하나를 들려주고 있다. 철갑을 두른 듯 거친 대궁에서 고운 보라색 꽃을 피워 올리는 가시연은 끝끝내 살아남아 달의 아이를 잉태하기 위해 붉디붉은 목숨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강한 의지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변절과 변덕이 다반사인 경박한 사랑이 만연한 이 세상 속으로 진정한 사랑의 서사를 건네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