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찌꺼기 보관 지하탱크 청소하러 갔다 유해가스 흡입
1명은 의식불명… 마스크 등 안전장비 착용 않았다가 화 입어

10일 오후 2시30분께 영덕군 축산면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소방관들이 가스에 질식된 외국인근로자들을 지하탱크에서 구조한 뒤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영덕소방서 제공
영덕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4명이 가스에 질식돼 3명이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졌다.

가공업체가 가스누출 사고 위험을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오후 2시30분께 영덕군 축산면 젓갈 가공공장인 S수산 지하 탱크에서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다른 직원이 발견해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께 사다리를 이용해 지하탱크에서 4명을 밖으로 구조한 뒤 나 니쿡(42·태국), 통미(34·태국)씨, 판반디오(53·베트남)씨 3명을 영덕 아산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나라퐁(28·태국)씨는 닥터헬기로 안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불명상태로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고 당시 3m 깊이의 지하탱크에 한명이 청소하려고 들어갔다가 쓰러지자 나머지 3명이 동료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모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지하탱크는 공장 마당에 땅을 파고 콘크리트로 제작한 탱크로 오징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저장하는 곳이다. 여름철 밀폐된 공간에서 오징어 찌꺼기가 부패하며 유해가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지만 작업자들은 안전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날 사고를 당한 4명의 근로자는 사고가 난 가공업체에서 일해 온 직원들이며, 이 중 태국국적 3명은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은 “탱크 안에는 오징어 내장 등 부패하기 쉬운 물질이 30㎝ 정도 쌓여 있었고 근로자 4명은 엎어져 있었다”며 “구조 당시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다른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소방관계자는 “보통 저장 탱크 안에서 작업을 하기전 탱크 안 산소농도를 먼저 측정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공기 내 산소 농도가 15% 미만이면 질식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대 식품영양학과의 한 교수는 “어패류는 여름철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고 미생물 발효과정에서 유해 가스가 발생한다”며 “최근에 날씨가 무더웠기 때문에 미생물 발효가 더 빨리 진행됐고 더욱이 밀폐된 공간이면 유해가스가 차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작업 당시 안전장비 착용 여부와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영덕/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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