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길이 상관없이 한번에 넣기”
아마추어 1만2천번하면 1번쯤
‘천운’이라 표현할 정도로 ‘희박’
경주신라 6월에 12명 ‘대박’

홀인원(Hole in one). 골퍼(Golfer)들에게 이보다 더 짜릿한 말이 있을까.

골프장에서의 티 샷이 홀 인해, 스코어 1을 기록한 경우를 가리킨다. 단 한 번 골프채를 휘둘러 골프공을 홀컵에 집어넣는 것이다. 홀의 길이에 상관없이 한 번에 넣기만 하면 모두 홀인원이라고 하지만, 확률상 가능성이 큰 ‘파3홀(par three hole)’에서의 경우만 통상적으로 홀인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홀인원을 하면 3년 재수가 따른다는 속설이 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홀인원은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1만2천번의 티 샷을 해야 한 번 성공할 정도다. 다시말해 확률이 극히 희박하는 뜻이다.

매주 주말마다 골프를 치는 주말골퍼는 홀인원에 57년이나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싱글 핸디는 5천번, 프로 골퍼도 3천번이나 골프채를 휘둘러야 홀인원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정도다. 생애 단 한 번도 홀인원을 기록하지 못한 선수들도 상당하지만, 반대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홀인원을 두세 번씩 기록하는 경우도 있어, 홀인원은 말 그대로 ‘천운’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골프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홀인원인 만큼, 이와 관련한 이벤트도 많다. 각종 골프대회에서는 홀인원한 골퍼에게 기념패와 함께 자동차나 가전제품 세트, 유람선여행권 등 값비싼 경품을 부상으로 전달한다. 어떤 대회는 대회 우승 상금과 버금가는 수준의 상품을 홀인원에 걸기도 한다.

지난달 14일 경기도 여주 솔모로컨트리클럽에서 펼처진 KLPGA투어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019’ 최종라운드에서는 최가람이 12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 시상품으로 7천만원 상당의 벤츠 E220d를 받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올해부터 대회에서 홀인원이 나오면 개당 2만달러(약 2천300만원)의 기부금을 어린이 전문 암 연구 병원에 기부한다는 의미 있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홀인원 보험’도 있다.

일반적으로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는 축하 기념으로 필드에 나온 선수들과 함께 잔치를 벌인다. 기타 부대비용도 화끈하게 계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출 비용이 상당해 이 모든 것을 보장하는 보험이 바로 홀인원 보험이다. 최근에는 이를 악용해 보험사에 가짜 영수증을 제출, 1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홀인원과 관련한 색다른 기록도 눈길을 끈다.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신라CC(36홀)의 2019년 상반기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월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는 단 2명이었다. 그런데 6월에는 무려 12명의 선수가 홀인원 골퍼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도 6월 16일 단 하루에 3명이나 홀인원을 기록했다. 신라CC에서 상반기에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는 총 47명이었다. 골퍼들 사이에서 회자하는 “날이 추우면 샷 감각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또한, 신라CC 천마 7번 홀에서는 10개의 홀인원이 나왔지만, 천마 17번 홀에서는 1개밖에 나오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이 홀인원을 기록한 47개 가운데 26개로, 전체의 55%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한편, 파3홀은 아파추어 골퍼들에게 ‘가장 쉬운 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 파3홀은 홀인원 가능성이 가장 크다. 반대로 프로 골퍼들은 파3홀이 “가장 어려운 홀”이라고 입을 모은다. 파4홀이나 파5홀보다 버디의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파3홀의 첫 번째 샷이 실수로 돌아갔을 때는 전체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기 혹은 더블보기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홀이 바로 파3홀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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