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결방 개편 후 11일 방송 재개
‘복면까왕’ 베테랑 개그맨들 출동
매주 시사 주제로 찬반 토론 펼쳐
첫 회 ‘日 제품 불매’ 수위가 관건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까꿍 회장님’. /KBS 제공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20년 전통의 개그 프로그램 KBS 2TV ‘개그콘서트’가 2주 결방이라는 강수를 두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리허설 현장을 공개하고 새 코너 중 4가지를 ‘맛보기’로 선보였다.

박성호 등이 출연하는 ‘까꿍 회장님’은 어린 회장님이 된 양비아가 회사 사원들에게 아이 눈높이에 맞는 지시를 내리면서 겪는 좌충우돌 세습기를 그린다. 원래 회장인 박성호는 ‘라이언킹’ 콘셉트로 중간 중간 등장해 정체 모를 아프리카어로 대사한다.

안소미, 김태원 등이 나선 ‘트로트라마’는 TV 조선에서 큰 히트를 기록한 트로트오디션 ‘미스트롯’에서 따온 콘셉트다.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트로트를 선보이고,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대화 중간중간에 노래하는 뮤지컬 형식이 가미된다. 남녀노소 공감할 ‘감동’에 코드를 맞춘 듯하다.

박진호, 이승환 등이 출연하는 ‘치얼업보이즈’는 학교 치어리더 동아리를 배경으로 각기 개성 충만한 단원들이 등장해 웃음을 선물한다.

마지막으로 리허설에서 선보인 ‘복면까왕’은 ‘개그콘서트’가 이번 개편에서 지향하는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코너이기도 하다.

복면 속에 정체를 숨긴 베테랑 개그맨들이 나서 매주 다른 시사 주제로 찬반 토론을 벌이는 포맷이다.

첫 회에서는 우리 사회를 달구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다룬다. 리허설 과정에서는 반대 측 토론자가 일본 AV(성인용 비디오)를 사례로 들며 일본산 불매운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개그맨들이 가면 뒤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며 시사 풍자의 부활을 알리는 시도는 좋았지만, 주제에 따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박형근 PD는 “시사 풍자를 그동안 하기 어려웠는데 그렇다고 가볍게 하면 ‘수박 겉핥기’가 될 거 같았다. 깊게 들어가면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하기 어려웠던 것들에 대해 틀을 깨보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상대에 대한 비난이나 폄하가 있을 경우 사후 편집과 논의를 통해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때 시청률 30%에 근접하며 ‘국민 예능’으로 불렸던 ‘개그콘서트’는 최근 1천 회 특집을 계기로 한 선후배 개그맨들의 부흥 노력에도 장기 침체에 빠져 명맥만 잇는 수준이다.

최근 예능,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이 있기는 하지만 개그맨들의 고향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대대적인 개편을 계기로 부활할 수 있을지 방송가에서도 관심이 높다.

타 방송사 관계자는 5일 “시사 풍자를 강화한다고 했는데 사전 공개된 정보로만 본다면 ‘복면까왕’의 경우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통쾌함보다 불쾌함이 더 클 수도 있겠다. 특히 풍자는 시의성이 중요한데 그 시기 가장 뜨거운 이슈를 매주 코너에 녹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전반적으로는 예전 코너들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트로트라마’는 ‘슈퍼스타 KBS’를 떠오르게 한다”라면서 “다만 코너들이 단순명료해 시청자가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는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개그콘서트’는 2주 결방 기간 개편 작업을 거쳐 오는 11일 방송을 재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