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델루나’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등
공포 잔뜩 입힌 스릴러물 ‘타인은 지옥’ 가세

‘더위를 피해 서늘한 기운을 느낀다’는 의미의 납량(納凉)은 역시 여름철 안방극장의 단골 테마다.

물론 귀신이 가장 강력한 주인공이지만 꼭 귀신이 아니라도 섬뜩함을 풍기는 소재는 많다. 웃음기를 싹 걷은 장르극 속 잔인하고 기괴한 장면이나 캐릭터들로부터도 납량은 충분히 얻는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역시 tvN 주말극 ‘호텔 델루나’.

이 작품은 귀신들이 저승으로 떠나기 전 묵는 호텔에서 벌어지는 천년 묵은 여사장 장만월(아이유 분)과 그와의 남다른 인연에 총지배인으로 취업한 구찬성(여진구)의 로맨스가 골자다.

하지만 로맨스에 호러를 더한 ‘호러맨스’장르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보인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답게 곳곳에 공포 요소가 포진한다.

만월과 찬성의 로맨스에 심장이 간지럽다가도 찬성의 첫 손님이던 눈 없는 귀신주희(한재이)나, ‘귀신 손님 끝판왕’으로 점쳐지는 13호실 귀신이 등장할 때면 등골이 서늘하다. 그새 한층 더 발전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시청자의 공포 심리를 제대로 자극한다.

tvN의 한 관계자는 4일 “너무 강도 높은 호러극은 마니아층에만 인기가 있는데, ‘호텔 델루나’처럼 호러에 로맨스, 또는 코믹이 더해지면 시청자층도 그만큼 넓어지는 것 같다”라고 했다.

‘호텔 델루나’는 매회 7∼8%대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tvN 수목극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는 악마와의 거래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웠다.

주인공인 작곡가 하립(정경호)이 영혼을 판 상대는 악마 류(박성웅). 다만 류는모태강이라는 톱배우의 몸을 숙주 삼아 살기에 평소에는 그 모습이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포스터에서부터 보듯 그랜드 피아노 위로 비치는 류의 모습은 웬만한 호러극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섬뜩하고 기괴한 형상이다. 악역을 할 때마다 늘 서늘한 눈빛을 보여준 박성웅이 연기하는 모태강 자체도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그와 호흡하는 정경호는 평소보다도 훨씬 체중을 감량한 듯한 모습으로, 악마와의 거래 후 심신으로 고통받으며 대가를 치르는 예술가를 고스란히 표현한다.

물론 지난해 ‘라이프 온 마스’에서 보여준 콤비의 코믹 호흡도 인상적이다.

이밖에 KBS 2TV 수목극 ‘저스티스’에서는 귀신, 악마는 등장하지 않지만 현대판악의 화신인 송우용(손현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눈빛이 있다. 열대야를 잠시 식히기에는 충분한 공포감이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무겁고 차가운 톤을 유지하며 여름철에 적합한 장르극으로 자리잡았다.

다음 달 31일 선보인 OCN 주말극 ‘타인은 지옥이다’ 역시 원작 웹툰에서도 느끼던 공포를 잔뜩 입힌 스릴러극으로 예고됐다. 이 작품은 서울에서 낯선 고시원 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뜻하지 않게 타인이 만든 지옥을 마주한다는 내용이다.

사전 공개된 포스터 중에서는 특히 영화 ‘기생충’에서도 반전 연기를 선보인 이정은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고시원 주인 엄복순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포스터 속 그는 열린 창문 너머로 화려한 꽃무늬 패턴 상의를 입고 파마머리를 한 채 웃는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들 착해. 들어올 거지?’라며 입실을 권유하는 그의 얼굴에서 납량이 느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