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대
허공의 경계선을 지나
운석처럼 버찌들이 떨어진다
저들이 태어나 한 생애를 견디고
끝내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한 점 핏방울로 맺히는
망명점, 북반구의 유월
기억나지 않는 생애
저 너머로
지가 그 무슨
열혈남이라도 되는 양
핏빛으로
버찌가 떨어진다
이해받지 못한
울음 덩어리의 생
하얗게 세상을 밝히며 피었던 벚꽃 진 자리에 맺힌 짙붉은 버찌를 바라보며 시인은 화려했던 청춘의 시간이 휘발되어 지나가고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인생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열혈남아처럼 핏빛으로 떨어지는 버찌를 울음 덩어리로 표현하며 붉은 절망을 느끼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