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싸움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정부
삼성전자의 싸움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정부
  • 등록일 2019.07.09 20:14
  • 게재일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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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주 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Made in China 2025’는 중국이 첨단 기술에서 미국을 추격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1차 목표는 삼성전자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를 비롯한 IT 부품 및 장비의 한국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위협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마케팅 중심이므로 구매업체를 기술로 위협할 수 있는 형편은 못 된다. 지금 삼성전자의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중국정부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얼마큼 비상식적인 지원을 통해 삼성전자를 괴롭힐지 우려된다.

중국은 우선 반도체보다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디스플레이는 미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에 ‘마이크론’이라는 업체가 자리잡고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통상마찰의 우려가 없다는 이야기다. 둘째,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양적으로는 이미 삼성, 애플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므로 이들에 대한 패널 납품 수요를 자체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셋째, 반도체는 미세화 기술이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지만 디스플레이의 대면적화 기술은 시행착오를 거쳐 해결할 수 있는 만큼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 잡을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고 있는 OLED 수요는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생산능력은 중국의 집중투자로 인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자연이 공급과잉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수익성도 기대 이하일 것이다. 삼성SDI가 현재 플렉서블(flexible) OLED의 95%를 생산하지만 2022년경 점유율이 32%로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 정부가 민간기업과 합작을 한다. 즉 중국정부가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방이 된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 손실을 정부가 감내할 수 있고 다양한 보조금을 통해 현지 업체를 키울 수 있다. 중국 화웨이가 이미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마당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과거 삼성전자가 정부와 경쟁했던 사례가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반도체 가격을 내리며 일본 엘피다를 압박했다. 결국 엘피다가 적자로 돌아서자 일본 정부가 일본 은행들을 불러 이야기했다. “일본의 기간산업인 반도체의 엘피다가 힘들어하고 있으니 지원 부탁드립니다”라고 요청하자 은행들은 말없이 돈을 놓고 갔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엘피다와 싸운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싸운 셈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반도체 산업이 ‘지저분하다’고 느꼈는데 중국 정부는 더 지저분할 수 있다.

최근 일본정부는 IT부품 및 소재의 수출대상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일본은 물건을 사 주는 나라가 아니라 파는 나라다. 따라서 기술 이전에 관대하다. 이번에 제재한 품목들도 이미 한국에 합작사를 설립하여 기술 이전을 한 상태다. 그 동안 우리가 현지화를 서두르지 않았던 이유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이 예민하여 갑작스런 소재 변경을 꺼렸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말 소재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국산화가 빨라질 뿐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생산차질은 불가피하다. 기업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생산공정이 예민한 만큼 소재를 대체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량은 줄 수 있으나 판매단가가 올라서 부정적인 부분이 상쇄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잘못된 판단이다. 석유의 경우 수요가 비탄력적이라서 감산을 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으나 IT제품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역사와 외교를 분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이렇게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이 늘어날 때는 소재나 장비 수요가 급증하게 되어 있다. OLED의 소재인 유기물질의 경우 미국의 유니버설 디스플레이(Universal Display)가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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