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사람과 눈사람’

임솔아 지음·문학동네 펴냄
소설집·1만2천500원

작가 임솔아의 첫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문학동네)이 출간됐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첫 장편소설 ‘최선의 삶’으로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의 재능을 증명하고, 첫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로 2017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와 소설 모두에서 눈에 띄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는 젊은 작가다. 시적인 문장 안에 진중한 사유를 함축해 한국문학의 깊이를 더하는 임솔아의 작품세계를 단편집으로는 처음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다. 임솔아가 고르고 골라 배치해둔 단어들은 시어와 같은 무게를 지니고 문장과 문장 사이를 말해지지 않은 의미로 고요히 채워가며 자신만의 독특한 울림을 발산한다.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은 인물의 나이순으로 배치돼 있다. 다음 작품으로 이행할수록 나이를 먹어가는 임솔아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변화는 인상 깊다. 스스로를 비정상으로 여기게 만드는 세상에 반발하며 서걱거리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존재들이 소설집의 끝에서는 물기를 품은 눈송이로 변해 서로 뭉친다. 임솔아가 ‘작가의 말’에서 “이 인물들은 여태 내가 겪어온 것들을 함께 겪은 동지들”이라고 밝힌바, 소설 속의 인물들이 삶을 지속하며 이뤄내는 변화는 작가 임솔아가 겪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임설아는 작가 스스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써낼 수 없는 약자와 소수자로서의 삶의 세부를 소설 속에 배치해놓는다. 이렇게 쓰였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일상에서 한 번씩은 마주했을 어떤 무례함과 부당함을 생생히 기억해내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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