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사계절·꽃·산책로 그리고 발길을 끄는 가게들
교토의 사계절·꽃·산책로 그리고 발길을 끄는 가게들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9.05.30 19:47
  • 게재일 2019.0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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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밤 산책자’

이다혜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에세이·1만4천800원

특유의 정제된 언어로 책에 관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 이다혜의 신간 ‘교토의 밤 산책자’(한겨레출판)는 “한국에 살아? 일본에 살아?”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숱하게 교토를 방문해온 이다혜 작가의 첫 번째 교토 여행에세이다. 가산탕진을 부추긴 도시 1호는 서울, 2호는 교토라고 말할 정도로 작가에게 교토는 여러 이유에서 사랑하는 도시다. 처음에는 걷기 위해, 그다음에는 쇼핑을 하러, 또 그다음에는 계절을 즐기기 위해 찾은, 작가만의 애정하는 공간들을 네 가지 테마로 엮었다.

1부 ‘봄밤에는 잠들 수 없다’는 교토의 꽃, 계절을 주요 테마로 했다. 겨울 끝의 매화부터 봄밤의 벚꽃, 장마철의 수국과 가을 단풍숲까지, 때에 따라 색을 갈아입는 교토의 자연을 보며 시간의 미감을 느끼게 된다.

2부 ‘달밤에 단추를 줍는 기분’은 교토의 정원과 산책로를 주요 테마로 한다. 촬영이 금지된 낙원, 교토의 비밀 정원부터 산골마을 오하라의 세 갈래 산책길까지, 혼자여도 섞여도 좋은 교토의 산책 명소를 공개한다. 더불어 붐비지 않는 인파 속에서 여유롭게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작가만의 팁도 공개한다.

3부 ‘작은 자유는 여기 있다’의 주요 테마는 취향별 볼거리와 가게이다. 맥주, 위스키 애호가들을 위한 견학부터 부엌에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줄 그릇 쇼핑까지, 작가의 취향이 듬뿍 담긴 가게와 그에 얽힌 이야기로 가득하다. 맥주와 책, 식물을 좋아하고 소소한 문구용품과 소품 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파트다.

4부 ‘온몸이 녹신녹신해지는 맛’은 이다혜 작가의 추억과 편애하는 이유가 듬뿍 담긴 카페 및 음식점을 소개한다. 교토풍 샌드위치부터 여름 별미 물양갱, 쌀쌀한 날 응급 식량 면 요리까지, 작가의 글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듯하다.

이다혜 작가의 추천은 단순히 소재 중심이 아니다. 작가의 경험과 고충에서 비롯한 감상과 실용성이 모두 담겨 있다. 인파에 치이지 않고 절경을 보고픈 사람에게 추천하는 시간과 장소, 체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성수기 여행 팁과 벚꽃철을 놓쳤을 때 유용한 관상 팁, 장마철에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 제격인 명소 추천까지 척척 이어진다. 볼거리뿐 아니라 쌀쌀한 날 한기가 잔뜩 들었을 때 찰떡궁합인 음식 등 사계절을 여러 번 경험한 작가의 디테일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게다가 각각 소재에 얽힌 추억과 작가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일화는 당장 교토에 가지 않을 사람들에게도 교토의 감성과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다혜 작가의 여행법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여행자의 게으름을 아낌없이 용인한 친절한 구성과 내용에 있다. 심심한 상태를 좋아하고,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심심하려고’일 정도라는 작가의 말에서 여행의 이유를 다시 되새긴다. 시간을 아낌없이 흘려보내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 모든 장소에 가보지 않아도 어떠한 긴장감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는 여행. 그런 여행이 이 책에선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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