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송나라 유래설과 몽고 유래설이 구전되고 있지만 문헌적 실증적 자료는 없다.

5월 3일은 천연기념물 53호로 등록된 진돗개를 기념하기 위해 진도군이 2012년에 제정한 진돗개의 날이었다. 이맘때가 되면 진도군에 있는 진돗개 테마파크에서는 진돗개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진돗개 달리기대회, 진돗개 공연단의 훈련시범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지금은 진도의 군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고 우리나라 대표 토종개로 자리잡은 진돗개이지만 진돗개의 시작은 우리가 잘 모르는 아픈 역사가 함께 하고 있다.

진돗개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1937년 일본 동식물박사 모리 다메조가 작성한 보고서였다. 모리교수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1938년에 조선총독부를 통해 진돗개를 천연기념물로 등재시킨다.

일본의 기주견, 시바견, 아키다견은 진돗개와 모양이 비슷한 스피츠 계통의 개였고 일본의 토착견들이 일본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있던 시기였다. 일본은 내선일체 정책의 일환으로 진돗개를 보호하기로 했지만, 종집 개가 주인집 개보다 좋아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펼쳤으며 진돗개를 일본의 개들과 광범위한 교잡을 하여 혈통서를 발급했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진돗개는 1938년 5월 3일에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되었고 곧바로 진돗개 보호위원회가 발족되어 개의 반출금지, 불량견 도태의 이름으로 보호사업이 해방 때까지 지속되었다. 조선총독부의 공권력으로 야견박살령을 내려 혈통서가 있는 진돗개를 제외한 나머지 한반도의 개들은 때려 죽였는데, 그 수가 150만 마리에 이른다.

일제 식민지 시대 조선을 방문한 외국의 선교사들과 여행가들은 조선을 개고기 먹는 나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일제가 박살한 개들의 가죽은 전쟁 군수용품을 만들기 위해 가져가고 고기는 가격을 책정하여 굶주린 조선인들이 먹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까지 조선에서 개고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숨어서 먹는 정도였지 백성들이 일반적으로 광범위 하게 먹던 음식이 아니었다. 조선말기 조선에 와있던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는 ‘대한제국멸망사’에서 조선 말기 조선인의 개고기 식용 현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서울에는 개고기를 공급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삼는 개 시장이 있기는 하지만 오직 빈민층에서만 개고기를 먹는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조선에 개고기 전문시장이 있었다는 부분만 인용하여 조선은 개고기 시장이 성행할 정도로 개를 즐겨먹은 나라였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헐버트는 개고기를 먹는 것은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개고기를 먹게 된 것은 개들을 공권력으로 박살하는 과정에서 고기를 장터에서 큰 솥에 끓여 사먹게 한 것이 시초인 것이다. 일제는 조선백성 중 일부계층이 먹은 개고기를 조선인 전체의 식생활로 규정했고 조선인을 개고기 먹는 야만인이라고 비난한 사건은 학생만세운동으로 번질 정도로 조선인의 민족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동훈
이동훈

일제는 조선인이 야만스럽기 때문에 개화된 일본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었지만 자존심 강한 조선 학생들이 그런 사실을 인정할 리 없었다. 1929년 6월 26일에 있었던 일이다. 광주고등보통학교 2학년 김기수와 광주중학교 3학년 일본인 곤도가 같은 통학열차를 타고 가다 운암역 부근에서 주막집 기둥에 개고기 뒷다리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곤도가 저것이 조선인이 즐겨먹는 개고기라 소리치며 조선인은 야만인이라 욕하기 시작하자 조선학생들이 격분하여 폭력사태로 번진 사건이 있었다. 이 운암역 개고기 사건은 광주 전남지역 학생들에게 알려졌고 같은 해 10월 나주역에서 일본인 학생이 조선인 여학생을 희롱하는 사건과 겹치면서 광주학생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1929년 11월 광주에서 촉발된 광주학생운동은 해를 넘겨 전국으로 파급되었고 만주, 일본등지까지 영향을 주어 학생들의 가두시위와 동맹휴교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시민들도 여기 합세하여 시위대는 약 3만명 가량 되었다고 한다. 조선의 전통을 왜곡하려는 일제와 이를 바로잡으려는 조선 백성들의 충돌이 있었던 것이다.

1962년 12월 3일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진돗개는 우리정부에 의해 천연기념물 53호로 재지정되었다. 천연기념물 53호여서 진돗개의 날을 5월 3일로 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지정된 1938년 5월 3일을 진돗개의 날로 기억하고 싶진 않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