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운동은 벗어나자는 뜻의 ‘탈’(脫)과 여성 억압의 상징 ‘코르셋’(체형 보정 속옷)을 결합한 말로 다이어트, 화장, 렌즈 등 ‘꾸밈 노동’으로 상징되는 여성 억압적 문화로부터의 해방을 부르짖는 운동이다. 탈코르셋을 외치는 여성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에 ‘탈코르셋’을 해시태그(#)로 한 뒤 부러뜨린 립스틱 등의 화장품, 짧게 자른 머리카락, 노메이크업에 안경을 착용한 인증샷들을 올린다.
최근 일본에서 유행되고 있는 ‘쿠투(#KuToo)’운동 역시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이다. 일본어로 구두를 뜻하는 ‘쿠쯔(靴)’와 괴로움을 의미하는 ‘쿠쯔(苦痛)’의 ‘Ku’와 ‘MeToo(미투)’의 ‘Too’가 합쳐진 조어다.
#쿠투는 지난 1월 배우 이시카와 유미가 트위터에서 여성이 호텔에서 다리를 다쳐가며 일해야 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한 게 쿠투의 시작이었다. 이시카와가 아르바이트로 장례식장에서 조문객 안내를 했는데 5~7cm 굽 길이의 검정 펌프스를 신는 게 규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해당 트윗은 3만 번 넘게 리트윗이 되며 누리꾼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후 한 누리꾼이 이시카와에게 ‘#KuToo’ 해시태그를 사용하자는 제의를 했다. 최근 한 여성은 ‘#Ku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일본어로 “신오사카(新大阪)부터 5분 걸었는데 피투성이야. 이런 걸 강제로 신게 하는 건 잘못이야”라는 글을 올렸다. 오른발 뒤꿈치에 피가 묻은 사진과 함께였다. 이시카와는 직장에서 하이힐 신는 것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 페이지를 개설했고, 현재 1만6천건이 넘는 지지 서명을 받았다.
우리나라 연예계에서도 걸그룹들이 탈코르셋 운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구두를 벗어던진 채 공연을 펼친 걸그룹 드림캐쳐, 화장과 하이힐을 거부하는 가사를 담은 곡 ‘NO’를 공연하고 있는 걸그룹 CLC,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걸그룹 마마무 등의 모습에서 최근 K팝 아이돌그룹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탈코르셋’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여성의 권리가 크게 신장됐다고는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얽매이는 관습을 끊어내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