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대부 한시 창작교과서 ‘오언당음’ 풀이
조선시대 사대부 한시 창작교과서 ‘오언당음’ 풀이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8.10.25 20:21
  • 게재일 2018.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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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기 교수와 함께 읽는 오언당음’

김풍기 지음·교유서가 펴냄
인문· 2만2천원

조선 선비들은 왜 학동들에게 한시를 가르쳤을까? 한시를 모르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과거시험은 지식인들이 관직으로 진출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였는데, 과거시험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한시 짓는 능력이었다. 한시는 복잡한 규칙을 가진 문학 갈래다. 한자의 특성 중의 하나인 사성(四聲)을 둘로 나누어 평성(平聲)과 측성(仄聲)으로 구분하고, 평측을 맞춰 글자를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짝수 행의 마지막 글자에는 같은 계열의 소리로 운(韻)을 맞춰야 한다. 또한 구절끼리 대구(對句)를 맞춰서 표현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한 규칙들이 더 많이 적용된다. 이렇게 어려운 규칙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순식간에 한시를 짓는 능력은 곧 그가 천재에 가까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조선 후기 사대부들의 한시 창작 교과서였던‘오언당음’이 김풍기 강원대 교수(국어교육과)의 새로운 평설로 다시 소개됐다.

‘당음’은 원나라 때 편집된 당시(唐詩) 선집으로, 시음·정음·유향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그중 조선의 지식인들이 ‘당음’의 본론 격으로 삼은 것이 ‘정음’이고, ‘오언당음’ ‘정음’을 중심으로 오언절구만을 뽑아서 편집한 책이다. 당나라 초기부터 후기까지 시대순으로 편집된 이 책은 당시를 기반으로 하는 한시 창작의 교과서처럼 널리 읽혔다.

다양한 저서를 통해 ‘옛 시 읽기의 즐거움’을 피력해 온 김풍기 교수는 ‘김풍기 교수와 함께 읽는 오언당음’(교유서가) 에서 평소 한시를 번역하면서 느끼는 ‘미묘한 어긋남’을 이번에 평설(評說)의 방식을 통해 넘어서려 했는데, 이전의 번역에 상당 부분 동의하면서도 한시의 맥락과 내용을 자기 나름으로 풀어 쓰고자 많은 공을 들였다.

김풍기 교수는 “당대 최고의 시인인 당나라 시인들의 작품에서 우리는 새로운 이미지와 상상력을 만나게 된다”고 전한다.

조선에서 ‘당음’을 출판한 기록은 왕조실록에 보인다. 당나라 초기부터 후기까지 시대순으로 편집된 이 책은 당시를 기반으로 하는 한시 창작의 교과서처럼 널리 읽혔다. ·한시는 인간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문학 양식이다. 한자의 특성상 한시는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한시를 읽는다는 것은 ‘자료 해독’이라는 난제를 수반한다. “더구나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생기는 미끄러짐, 즉 번역 과정에서 생기는 미묘한 어긋남을 피할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자신의 시대가 구성한 일반적인 문학적 구성을 가지면서도 그러한 패턴을 탈피함으로써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다. 익숙하지만 어디선가 그 익숙함을 깨는 듯한 작품이야말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한 한시를 우리는 읽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日日人空老 날마다 사람은 부질없이 늙어가지만

年年春更歸 해마다 봄은 다시 돌아오누나.

相歡在樽酒 서로 기뻐함은 술동이에 있나니

不用惜花飛 꽃잎 날리는 걸 안타까워할 것은 없지.”

내 생애를 자연과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아득한 슬픔에 젖어든다. 무한한 우주의 운행에 비하면 우리의 생애는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空’(공, 부질없이)과 ‘更’(갱, 다시)은 절묘하게 대구를 맞춘 글자다. 그렇기 때문에 ‘歡’(환, 기쁘다)으로 나아가는 명분이 생긴다. 이태백도 자신의 글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서 “浮生若夢, 爲歡幾何?”라고 했다. 뜬구름 같은 인생은 꿈과 같으니 우리 생에서 기뻐할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좋은 벗이 있고 좋은 술이 있는 좋은 봄날 밤이면 당연히 즐겁고 기쁘게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_349∼350쪽에서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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