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의 향기를 찾아서-천전리, 황금의 뿔 사슴> &#34;강조된 뿔은 신체보다 더 크게 묘사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04-09-18 16:46 게재일 2004-09-18
스크랩버튼
천전리 사슴. 사슴의 뿔이 과장된 것은 그 뿔이 상징성을 강조한 때문이다.
천전리 바위그림에는 여러 종의 동물그림도 있다.


동물은 사슴과 물고기, 알 수 없는 동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알 수 없는 동물 중에는 호랑이로 알려진 것도 있고, 환상적인 동물이라고 알려진 것도 있으며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사람으로 볼 여지가 있는 그림도 다수 있다.


이웃한 대곡리의 반구대그림에 비하면 그림의 종류는 얼마 되지 않으나 결코 반구대에 비해서 뒤질 것 없는 상징성을 띠고 표현되었다.


동물은 대부분 바위 면의 왼편에 몰려 있다.


그 중에는 반인 반수라고 알려진, 몸은 호랑이이나 얼굴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믿어왔던 그림도 있다.


표현이 소박하면서도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일러온 이 그림은 긴 꼬리를 가진 동물의 머리대신 사람의 얼굴을 새긴 것으로 보아 온 것이 지금까지 일관되는 견해였으나, 글쓴이를 포함한 최근의 몇몇 연구자들의 정밀조사에서 이것은 동물그림 위에 나중에 얼굴을 덧 새긴 것이라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 따라서 주술사라든가 샤먼이 동물의 가죽을 둘러쓰고 의식을 행하고 있다는 설은 다분히 문학적 소양에서 빗어져 나온 주장일 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전리에서 가장 우리의 눈길을 끌고있는 그림은 단연 사슴그림이다.


사슴은 암수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 달리는 모습들로 표현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사슴은 천전리 동물형상을 대표하는 그림이다.


필자의 몽골 바위그림 답사 시에 ‘우브르 한가이 아이막’의 ‘이흐 드를지’라는 유적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중에서 글쓴이가 적극적으로 조사한 그림 중에는 길게, 실제보다 한 대여섯 배는 강조해서 제작된 사슴뿔을 여성이 잡고있는 표현물 여러 점이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그 것들은 제단 유적에 속한 그림으로서, 뿔은 수목과 같이 장대하게 과장되어 있으며 여성은 아마도 이 그림 소유자들의 여성시조와 관련된 그림으로 판단되는 바, 그와 같은 뿔을 한 사슴을 황금 뿔 사슴이라 하며, 그것이 우리의 내 앞 동네 바위그림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황금 뿔이라는 말은 시베리아 설화에서 온 용어이다. 저 유명한 ‘프레이저’의 명저 ‘황금가지’의, 왕위계승과 관련한 겨우살이 가지처럼 시베리아 벌판을 뛰어 다니는 사슴 중에도 황금 뿔의 사슴이 있다.


코끼리 몸통과 같이 매우 큰 사슴종인 ‘로시’는 너무나 온순하여 인간에게 쉽게 잡혀 먹힌다. 많은 것을 사슴에게서 얻은 사람들은 이 ‘로시’야 말로 신으로부터 우리에게 보내져온 동물이라는 믿음을 지니게 되었으며, 따라서 ‘로시’는 신의 사자로 믿고 있다. 이와 같은 사슴의 표현물에는 엉덩이 부분에 회오리문양을 새기기도 하여 태양의 정수를 지닌, 다르게는 태양사슴이라고 이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시조신과 관련하거나 종족의 번성, 그리고 자연계에 투사된 사슴을 황금 뿔 사슴이라고 하며, 시베리아샤먼의 머리 관을 장식하는 상징투로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훈’족과 일정부분 관련 있다고 주장되어온 우리 고대왕국 신라의 금관 위에 올라서서 출자형 가지, 영락, 곡옥과 함께 관식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그 황금 뿔의 사슴과 같이 천전리의 세 쌍의 사슴들도 서로 마주보고 있다. 강조된 뿔은 수목과장형과 같이 신체보다도 더 크게 묘사되었다. 마주보거나 서로 목을 교차해서 묘사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종족보존과 번성을 위해 새겨진 그림으로 판단된다. 이 사슴이 시베리아 타이거 숲을, 몽골의 벌판을 뛰어 놀다가 여기 천전리의 바위에서 숨 고르고 있다.


<이하우· 암각화 연구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