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영화를 보는가
나는 왜 영화를 보는가
  • 등록일 2017.11.16 21:01
  • 게재일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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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리치오토 카누도가 영화를 `제7의 예술`로 명명한 이후 만화와 텔레비전이 영화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하되 영화의 질적-양적 우세는 여전하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우세한 문화예술 장르를 거명한다면 단연코 영화다. 그야말로 한국인들이 첫손에 꼽을 만큼 친근하고 일상적인 문화와 예술의 향수품목 1위는 영화라 말할 수 있다. 인구 5천만의 나라에서 1천만 관객 영화가 심심찮게 출현한다는 것은 좋은 반증일 것이다.

우리는 물론 충무로의 극단적인 명과 암을 안다. 절대다수의 영화계 인사들이 최저 생계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임금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그들은 오늘도 묵묵하게 인내하며 현장을 지킨다.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피와 눈물과 땀을 떠올리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자문(自問)한다. 영화가 끝나고 객석에 불이 켜지고, 자막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객석은 어느새 텅 비어있다.

`국제시장`이나 `명량`같은 `국뽕`영화도,`7번방의 선물`이나 `최종병기 활`, `덕혜옹주`같은 어불성설 영화도 무명(無名)으로 헌신한 분들의 노고가 없다면 성립 불가능하다. 그분들이 역사적인 사실 왜곡이나 허무맹랑한 희망사항의 관철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되, 수백수천의 노고와 투신(投身)으로 한 편의 영화는 만들어진다. 그럴진대 영화가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차장으로 질주하는 군상(群像)의 태무심과 냉정함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영화가 촬영된 장소는 어디고, 어떤 곡이 영화 음악으로 사용됐는지, 누가 도움을 주어서 영화가 만들어졌는지, 음미할 시간적 여유는 필요하지 않을까. 더욱이 상당한 고민과 심혈을 기울인 영화가 대중의 취향과 정서에 부합하지 못해서 흥행에 실패할 경우 그 문제점을 잠시나마 돌이켜보는 일도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영화보다 기술집약적이고 자본 중심적인 예술형식은 아직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매표구에서 현찰로 지급되는 입장료가 곧바로 생산현장과 연결되는 흥미로운 유통구조를 가진 영화. 그곳에서 감독과 배우의 성공과 실패가 일목요연하게 확인 가능한 예술장르 영화. 그런 까닭에 적잖은 인텔리가 영화에 손사래를 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업성과 예술성이 교묘하게 결합하여 야누스의 형상으로 대중을 바라보는 모순적인 예술형식을 가진 영화.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영화의 진화 가능성은 더욱 확장될 수밖에 없다.

영화계를 주름잡는 양대 세력이 여전히 유럽과 미국인 까닭이 거기 있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여타 지역은 소박하게나마 결전 가능성을 타진(打診)할 것이다. 해마다 미국과 유럽에서 거행되는 각종 영화제에 관심을 가지는 까닭은 세계영화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이나 질적인 도약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도달하고 있는 기술적-정신적 깊이와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얼마 전에 김훈 원작의 `남한산성`을 보러 갔다가 열패감에 휩싸인 일이 있었다. 200석도 넘는 영화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영화를 본 것이다. 아, 이것은 아닌데! 그런 생각이 자꾸만 나를 엄습했다. 상당히 짜임새 있고, 치밀한 구성과 이야기 얼개를 가진 영화`남한산성`이 이렇게 냉대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침울해졌다. 어쩌면 실패한 역사, 패배한 역사적 사건에 냉담하게 등을 돌리고 싶은 20~30대가 많을지도 모른다.

2017년 가을 한국사회의 일상 자체가 우울과 짜증과 분노와 절망으로 점철돼 있어서 영화에서마저 신산(辛酸)한 그림자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패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말한다. 처절하게 깨지고 토악질 날 정도로 무너져버린 역사에서 패배와 절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붕괴의 최후지점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다시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멸망은 그런 사유와 인식의 부재에서 싹트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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