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안 가득 영양가로 채워진 '미식의 절정'
몸안 가득 영양가로 채워진 '미식의 절정'
  • 이동구·홍성식기자
  • 등록일 2016.07.03 02:01
  • 게재일 2016.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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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의 맛 모르고 먹지마오
① 동해의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 영덕대게

육당 최남선의 저서 `조선상식문답`엔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개화기 역사학자이면서 언론인으로도 이름이 높은 호암 문일평의 책에도 음식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온다. 탐식(貪食)이 아닌 여유롭게 즐기는 차원의 미식(美食)이라면,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지탄받을 일은 아니다. 깨끗한 바다와 짙푸른 산이 함께 하는 경북 영덕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독특한 음식이 적지 않다. 본지는 4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맛과 멋의 고장` 영덕의 진미를 소개함으로써 `영덕 문화의 일부`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살 꽉찬 2~3월엔 게장도 가득 차 최고의 맛
8개 다리가 대나무처럼 뻗어 `죽해`라 불리기도
강구~축산서 잡히는 `박달게` 타지역 비교 불가
두터운 껍질·주황색 몸통·연노랑 배로 진품 구별
아미노산·타우린 풍부 `음식이자 藥` 귀한 대접

바닷가의 겨울바람은 맵차다. 새파란 수면에서 차갑게 부서지는 파도 위로 새하얀 눈이라도 쏟아질라치면 그 추위에 몸을 떠는 건 비단 거친 바다와 싸우는 어부만이 아니다. 해변을 거니는 관광객 역시 절로 몸을 움츠리게 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미식가라 자처하는 이들은 동쪽바다의 한적한 마을 영덕에 겨울이 오기를 기다린다. 왜일까? 답은 간명하다. 대나무처럼 쭉쭉 뻗은 늘씬한 다리와 몸 안 가득 영양가 풍부한 탱탱한 살을 담은 영덕대게를 맛볼 수 있는 제철이기 때문이다.

음식전문가들은 말한다. “담백하고 특유의 향미를 간직한 대게는 2월과 3월에 맛보는 것이 제격이다. 그때가 되면 겨울바다의 냉기를 이겨낸 게들의 몸에 살이 꽉꽉 들어찬다.” 여기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넘실대는 파도를 눈앞에서 보며 고소하고 달콤하기까지 한 영덕대게를 맛볼 수 있는 강구항과 축산면 경정리(차유마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미식의 공간”이라고.

그 시기가 되면 방송국 리포터와 신문사 기자들의 앞다투어 영덕을 찾는다. 그리고는 묻는다. “대게는 왜 대게라고 부르나요?”

 

▲ 차가운 겨울바다와 싸우며 대게를 잡는 영덕의 어부들.
▲ 차가운 겨울바다와 싸우며 대게를 잡는 영덕의 어부들.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대게잡이 배를 타기 시작해 올해로 20년째 영덕 바다와 삶을 함께 해온 쌍용호 선장 이재복 씨는 말한다. “대부분은 커다란 몸집 탓에 대게라고 부른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대게라고 하지요. 한자로 쓰면 竹蟹(죽해)입니다.”

대게가 죽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에는 유래가 있다. 조선 초기. 왕에게 바칠 진귀할 음식을 찾던 신하가 죽도(竹島)라 이름 붙은 섬에서 대게를 발견한다. 궁궐로 돌아온 그가 이 사실을 고하자, 임금과 학자들은 대나무 섬에서 찾았고, 몸에 6개의 마디가 있으며, 침을 가진 바다 속 생물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죽육촌침해어(竹六寸針蟹魚)`라 불렀다. 이것이 오늘날 죽해 즉, 대게가 된 것이다.

각각의 지역이 “우리 고장에서 판매되는 대게가 진짜 최고상품”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원조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영덕대게가 사람들에게 그 이름을 알린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1945년 해방 직후부터 영덕 강구항은 대게의 집산지로 유명했다. 특히 강구에서 축산에 이르는 5.5km 구간에서 포획되는 대게는 그 맛과 품질이 빼어나 `박달게(살이 박달나무처럼 야물다는 의미)`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성난 파도와 겨울바람에 시달릴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대게가 배 위로 올라와 퍼덕거리는 것을 보면 피로를 싹 가신다”고 말하는 이재복 선장은 “당신에게 동해와 대게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바다는 삶의 터전이고 대게는 거기서 캐내는 보석”이라는 시인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건강한 노동이 그의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환하게 밝힌 게 아닐까.

▲ 영덕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을 깜짝 놀라게 한 박달게.
▲ 영덕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을 깜짝 놀라게 한 박달게.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무대인 영덕 강구항에는 167개의 대게 전문식당이 영업하고 있다. 이 거리에서 `이가 대게`를 운영하는 이소미(42) 씨는 식당운영 18년차의 베테랑 요리사. 이 씨에게 “겨울에 잡히는 대게가 맛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수온이 낮아져 육질이 좋아지고, 산란기가 끝난 시기라 게장이 가득 차있기 때문이죠.”

 사실 대게는 어족자원 보호 차원의 금어기가 있다. 산란과 탈피를 하는 6월부터 10월까지는 대게를 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기간에는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까? “금어기에는 수입산 대게와 킹크랩, 홍게와 바닷가재 등을 판매합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저희 가게의 대표상품은 영덕대게를 이용한 코스요리죠. 찜과 회, 튀김 등이 골고루 제공되니 손님들이 그 맛에 놀라요.”

맛도 맛이지만, 대게는 영양 측면에서도 `양질의 먹을거리다`다. 단백질이 풍부하며, 지방이 적고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한 게살은 한참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좋다. 옛날 의서(醫書)에 따르면 “열을 내리고 술기운을 없애주는 데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해열제가 귀하던 한국전쟁 이전에는 열이 나는 아기에게 게 삶은 물을 먹이기도 했다. 여기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동맥경화증에도 효과를 발휘한다니 영덕대게는 음식인 동시에 약인 셈이다.

귀하고 비교적 비싼 가격 탓에 `유사 식품`도 많은 게 또한 대게다. 바닷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면 수입산 대게와 `진품 영덕대게`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재복 선장과 이소미 씨 등 대게 전문가들이 살짝 귀띔해준 `진짜 대게 구별법`은 아래와 같다.

 

▲ 영덕 대게축제는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새롭고 즐거운 체험을 선사한다.
▲ 영덕 대게축제는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새롭고 즐거운 체험을 선사한다.

“대게는 껍질이 두껍고 몸통 부분이 주황색이며 배 부분은 연한 노란색입니다. 또한, 박달게는 보통의 것들보다 다리가 더 길고 눌러보면 단단해 속살이 꽉 들어차 있다는 걸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어요. 개흙이 없고 모래로만 이뤄진 바다 속 환경이 좋은 대게를 기르는 것이죠.”

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양성분의 하나가 바로 `타우린`이다. 지친 간을 회복시켜주고, 담즙염 대사에 관여하는 타우린은 생체리듬을 조율하고 미용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다른 지역에 비해 게가 흔한 영덕은 얼마 전부터 대게의 껍질을 이용해 `타우린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특산품으로 품질인증까지 받은 타우린 달걀은 잘 알려진 영양학적 가치로 인해 경북 일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게 영덕군청의 설명이다.

동해는 하늘이 영덕군에 내려준 선물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한여름 바닷가가 시원스런 풍경으로 피서객을 유혹한다면, 겨울의 영덕 바다는 보석처럼 귀한 음식 대게를 선물한다. 그것들로 인해 동해안 작은 도시 영덕은 일 년 내내 아름답다.

 

▲ 영덕대게를 메인 메뉴로 해서 차려진 요리상.
▲ 영덕대게를 메인 메뉴로 해서 차려진 요리상.

영덕대게 제대로 즐기는 방법
다리 고정시켜 뜨거운 증기에 쪄 먹어야

깨끗한 바다에서 귀하게 잡히는 해산물이니 대게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그러나, 보다 더 감칠맛 나게 즐기는 방법은 어디에나 있는 법. 이 방법을 영덕 인근 대게식당 업주들에게 어렵사리 물었다. 아래는 `귀한` 대게의 제대로 된 맛을 온전히 즐기기 위한 몇 가지 노하우다.

1. 영덕대게의 다리에 주목하라

꿈틀거리며 생명력을 드러내는 대게를 살아있는 상태로 찜통에 넣어서는 안 된다. 뜨거운 온기에 몸을 뒤채는 게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다리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대게를 요리하기 전 다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시키고, 짧은 시간에 꿈틀거림을 멈추도록 뜨거운 증기를 입에 흡입시키는 것이 싱싱한 대게의 맛을 즐기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다.

2. 대게는 삶는 것이 아니라 `찌는` 것

라면이나 국수는 물을 끓인 후 삶는 음식이지만, 대게는 수증기로 찌는 것이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게의 배를 위로 향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고 배가 아래를 향하면 맛있는 게장이 찜통 안으로 흘러내리게 된다. 찌는 시간도 대게의 맛을 좌우한다. 작은 것의 경우엔 15분 안팎, 큼직한 대게라면 20~25분간 뜨거운 수증기를 쏘이는 게 좋다.

3. 뚜껑을 자주 열어선 안 돼

자연 그대로의 게살은 액체 상태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액체 상태의 살이 식으면서 고체화된 것. 그런 이유로 요리 중에 자주 뚜껑을 열면 게의 몸속에 있는 살이 다리 쪽으로 흘러가 그 부분을 검게 변색시킨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을 믿는다면, 다소간 시장하더라도 대게찜이 완료되기 전에는 찜통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하는 것은 금물이다.

4. 찜이 아닌 `회`로 즐기는 것도 한 방법

싱싱하지 않은 해산물은 날것으로 먹기가 어렵다. 게는 그 특유의 생명력으로 포획된 후에도 오랜 시간 생존한다. 꿈틀거리는 대게의 두툼한 다리를 회로 먹는 것은 영덕과 같은 생산지가 아니면 힘든 일이다. 차가운 얼음물에 살짝 담갔다가 고추냉이를 섞은 간장에 찍어 먹는 대게의 살은 `미식의 절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여기에 곁들이는 알싸한 소주 한잔은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

/이동구·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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