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오천 `유장춘닭개장`

▲ 오천의 유장춘닭개장
▲ 오천의 유장춘닭개장

세상에 수 만 가지 달하는 요리들을 남과 여, 각각의 성별로 구분한다면 닭개장은 `남성`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건더기와 국물이 전부라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모습이 다소 둔한 듯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속이 알차고 푸짐해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 그 맛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탓에 닭개장은 요리계의 상남자로 불릴만하다.

그 중에서도 남구 오천의 `유장춘닭개장`은 유독 경상도 남자의 기질을 드러낸다. 강한 인상과 무뚝뚝한 성격을 지녔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넓고 이해심이 깊다고 알려진 것처럼, 이 집 닭개장은 볼품없는 외관과 새빨간 국물때문에 비록 투박스러워 보여도 푸짐한 양과 화끈한 국물로 감동을 전하기 때문이다.

유장춘닭개장은 우선 겉보기와는 달리 속이 꽉 찼다. 냉면그릇보다 작은 사발에 담겨 나오는데 내용물이 상당히 푸짐하다. 찢어 넣은 닭고기살과 숙주나물, 고사리 등 야채들이 한데 얽히고설키면서 조밀하게 한 그릇을 채웠다. 먹기 좋게 뜯은 닭고기도 아낌없이 담아 굳이 그릇을 이리저리 뒤적일 필요가 없다.

이 집 닭개장의 진짜 매력은 걸쭉한 국물이다. 시뻘건 색깔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첫 맛은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간도 센 편인데 거듭 시도할수록 속이 뻥 뚫리는 얼큰함이 전해진다. 고추기름에 볶은 재료의 담백한 맛이 국물로 배어나와 맵싸함을 더한다.

여기에 채 썬 청양고추을 넣으면 콧물 쏙 빼는 칼칼함까지 가세해 해장용 닭개장이 완성된다.

 

▲ 푸짐한 건더기와 진한 국물이 특징인 닭개장. 총총 다진 청양고추를 약간 넣어 풀어 먹으면 얼큰함이 더해진다.
▲ 푸짐한 건더기와 진한 국물이 특징인 닭개장. 총총 다진 청양고추를 약간 넣어 풀어 먹으면 얼큰함이 더해진다.

직장인 송모(36·남구 문덕)씨는 “맑고 개운한 국물이 아니라 오히려 땀샘 자극하는 강한 맛에 해장하러 왔다가 도리어 다시 술을 찾게 됐다”며 “밥을 말아 건더기와 함께 든든하게 속을 채운 뒤 마지막 국물 한 모금까지 들이키고 나면 새삼 닭개장과 뜨거운 의리와 우정을 나눈듯한 동질감마저 느낀다”며 웃었다.

한편 닭개장과 한바탕 뜨거운 전쟁을 벌이고 난 뒤엔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인데 주로 고기집에서나 볼 수 있는 콘에 떠먹는 제품이 아니라 일반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유명 빙과류들이 계산대 옆 냉동고에 누워있다.

심사숙고 끝에 고른 아이스크림은 화끈하게 달궈진 속을 시원하게 달랜다. 실컷 속을 헤집고 나서야 뒤늦게 다독이는 모습 또한 상남자인 닭개장이 마련한 마지막 이벤트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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