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진달래산천서 맛보는 시래기밥
도심속 진달래산천서 맛보는 시래기밥
  • 김혜영기자
  • 등록일 2015.04.12 02:01
  • 게재일 2015.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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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순례
대잠동 `진달래산천`

▲ 1인분 7천원인 시래기밥. 제철 나물과 함께 된장찌개, 도루묵무침 등으로 한상 차려진다.
▲ 1인분 7천원인 시래기밥. 제철 나물과 함께 된장찌개, 도루묵무침 등으로 한상 차려진다.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제일 먼저 버림받는 것도 저들이다`

시인 도종환은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에서 시래기의 헌신을 노래했다. 흔히 시래기는 남은 채소를 말린 것쯤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건조 과정을 통해 숙성을 겪은 시래기는 그 어떤 식재료보다도 깊은 맛을 자랑한다.

남구 대잠동의 `진달래산천`은 시청 근처 식당들이 즐비한 곳에 홀연히 자리 잡아 도심 속 자연을 머금은 듯한 공간이다. 내부가 비교적 넓지 않은데다 각종 그림과 서예 작품들로 벽면을 꾸며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하고 아늑한 전통찻집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이 집 별미로 꼽히는 무청 시래기밥은 자연 담은 각종 반찬들과 함께 한상 차려져 입맛을 유혹한다.

소박한 접시에 담겨져 나온 각종 나물들은 봄의 완연한 기운을 생생하게 전한다. 살짝 데친 두릅은 본연의 향을 그대로 머금고 있으며 매콤하게 무친 미나리도 제 향을 온전히 품은 채 담아냈다. 된장에 버무린 시래기나물과 특유의 향 간직한 재피나물까지 봄꽃축제만큼이나 화려한 봄나물 향연이 펼쳐진다.
 

▲ 남구 대잠동의 진달래산천. 먹물 머금은 붓으로 쓴 식당 이름이 눈길을 끈다.
▲ 남구 대잠동의 진달래산천. 먹물 머금은 붓으로 쓴 식당 이름이 눈길을 끈다.
퍼슬퍼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반들반들 윤기 뽐내며 등장한 무청 시래기밥은 봄나물 향연을 더욱 빛낸다. 채소의 잘 익은 맛이 배어 있는 무청 시래기는 밥알 사이사이로 단맛을 포갠다. 굳이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지 않아도 제 맛을 발휘하는 이유다. 목 넘김까지 부드러워 남녀노소 간편한 영양식으로도 제격이다.

밑반찬의 구성과 맛 또한 구색을 갖췄다. 각종 야채와 두부가 두드러진 된장찌개는 시래기밥과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무를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한 도루묵조림 또한 시래기밥의 담백한 맛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간장에 조린 우엉조림까지 어느 것 하나 맵거나 짜지 않아 자극적인 맛은 찾아볼 수 없다. 심심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잠을 잔 듯 개운하다.

덕분에 이 집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려는 40~50대의 단골들이 주를 이룬다.

주부 황정연(41·남구 연일읍)씨는 “시래기밥 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들이 정갈해 이곳으로 옮기기 전 오천에서 운영할 때부터 단골이었다”며 “특히 이 집은 옥수수막걸리가 맛있어 비오는 날 여고동창생들과 자주 찾는 아지트”라고 말했다.

(문의 054-293-4440, 정오부터 자정까지 운영,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 휴무)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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