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패싸움 하기엔 사업이권 규모 턱없이 적어
포항선 대구서 온줄도 몰라… 수사결과에 의아

대구경찰이 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동성로파 조직원들을 무더기로 붙잡는 과정에서 해당 조직의 포항진출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본거지를 떠나 타지역까지 진출하게 된 사연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폭력계는 지난 22일 포항 월포해수욕장 일대에서 해상레저사업 이권다툼 과정에서 포항 삼거리파와 패싸움을 하려 한 혐의로 동성로파 부두목 박모(45)씨를 비롯한 16명을 구속하고, 행동대원 안모(35)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달아난 행동대원 권모(40)씨 등 11명을 지명수배했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큰 대구에 비해 별다른 이권도 없어보이는 중소도시에 대구지역 최대 폭력조직의 구성원 49명이 관련되면서 시민들의 궁금증이 커져만 가고 있는 것.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6월 부두목 박씨는 포항 월포해수욕장을 오가다 상가번영회 회원들을 만나게 됐고, 그러던 중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등 수상레저사업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운영계약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이 사실을 알고 발끈한 포항 삼거리파 조직원인 김모(34)씨는 번영회 사무실을 찾아 계약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하며 유리창을 깨는 등 크게 항의했고, 박씨에게도 심한 욕설이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박씨는 조직원들을 동원해 김씨를 찾아가기로 했고 포항으로 오는 길에 패싸움에 필요한 흉기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고, 경찰의 수사망에 포착되면서 이번에 덜미가 잡히게 된 것이다.

막상 문자를 보낸 김씨를 만나지도 못한 이들의 행동은 언론에 `조직폭력배의 실력행사`로 비춰지면서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는 조직폭력배들이 물리적인 충돌이 없더라도 집단패싸움을 위해 조직원들끼리 비상연락체계를 갖추고 특정장소에 모이는 등의 행위가 범죄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 삼거리파 조직원들은 오히려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조직원인 김씨가 어떠한 언질도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차 몰랐다고 전했다.

더욱이 월포해수욕장 수상레저사업권은 피서철 1~2달 정도에만 활용되는 것이라 이권이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라 상당한 재력을 바탕으로 사업수완을 자랑하는 박씨가 이에 조직원들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수상스포츠 장사를 아무리 잘해봐야 한 해 1천만원 이상 이익을 내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동성로파 부두목 박씨를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아마도 문자를 받고 욱하는 심정이 일어 포항을 찾아갈 마음을 먹게 된 것 같다”면서 “이 과정에서 혼자 가게 되면 혹시 모를 사태가 우려돼 후배들을 모았는데 일이 커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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