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의 사학연금 보험료를 학생 등록금으로 불법 대납해온 것이 확인됐다. 의무가입인 사학연금 뿐 아니라 교직원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한 개인연금 보험료까지 대신 내준 대학이 15곳이나 되었다. 개중에는 1993년부터 대납해온 대학도 있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13조 2항에 대학의 세출 항목은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물건비,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 등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는 학생 등록금이 다른 목적에 유용되지 않게 하려는 `법적 장치`다. 그런데 사학들이 이 법을 태연히 어기고도 무사히 넘어가고 있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불법 전용된 등록금을 회수하고, 문제 대학들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했고, 학교를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은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학생이 부지기수인데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대학에서 교직원들의 연금까지 대납하는 것은 횡령이자 중대한 범죄이고, 편법으로 교직원 임금을 올려준 것”이라며 성토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단체협약에 따라 이미 지급된 돈이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하고, 대학들이 재발 방지 입장을 밝혔고, 명단을 공개하면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이 있을 수 있어 공개하지 않기도 했다”는 입장이다. 단체협약이 법 위에 있는가. 불법을 덮는 일보다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있겠는가. 대학의 비리를 감독 단속해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비호한다는 의심을 산다면 이보다 더 큰 사회적 물의가 어디 있겠는가.

교육부 출신의 고위 퇴직자들이 대거 각 대학들의 로비스트로 발탁돼 간다고 하는데, 그 탓에 대학의 불법 비리가 유야무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대학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도를 넘어 학부모와 학생들을 `봉`으로 삼아 교직원 주머니를 더 채워주는 불법이 자행돼 왔는데도 교육부는`회수`는 불가능하고, 명단공개에도 미온적이다. 이같은 교육부의 `비호`는 대학들의 로비력 덕분이 아니겠는가? “학생들을 대거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놓고 손뼉 맞춰 잘들 해먹는다”는 비난의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교육부는 “등록금이 허투루 쓰이던 관행을 바로잡았다”며 생색을 낼만큼 얼굴이 두껍다.

등록금을 불법 유용한 사립대 이사장과 총장·처장들에 내린 처벌은 경고·경징계 등이고, 당사자가 사임 혹은 퇴직 때는 불문(不問)에 붙였다. 대학과 교육부가 이렇게 `상부상조`를 잘 한다면 대학들이 앞으로 어떤 불법 비리를 저지를지 알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이같은 공금 불법 전용에 대해 국민들은 단호하다. “돈을 회수하고 엄히 처벌하라!”며 전국적으로 학부모들이 일어난다. 일본 외교부가 한번은 공금으로 체육대회를 열었다가 시민 반발에 부딪혀 개인돈으로 물어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너무 점잖고 물러서 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