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울고 찬 서리 친다 해도,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제비들이 돌아오는 생명의 힘이 넘치는 봄날이다. 잘 입고 먹고 부유하게 살고 싶어 하는 우리들에게 `겨울 동안에도 안녕하셨습니까?`하면서, 처마 밑에서 `지지배배`로 즐겁게 합창하는 인사말을 듣고 싶다.
많은 종류의 새들이 있지만 민담 등에서 인간의 삶과 관계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서 제비와 같이 자주 등장하는 새는 거의 없다. 제비에 대해서는 많은 속담이나 노래도 있다. 한 예로 `곡식에 제비다`라는 것은 청백리가 재물을 탐내지 않는 것을 말하고,`제비만도 못하다`는 말은 은덕을 입고서도 보답에 무관심한 사람을 의미한다.
농사를 지을 때 해충을 잡아먹기에 사람들은 제비를 가까이한다. 심지어는 `제비를 만지면 옴 오른다`고 하면서 절대적으로 보호한다. 여름 동안 많은 해충을 잡아먹어서 날렵한 몸매가 된 후, 새끼와 더불어 가을에는 양자강 남쪽, 강남으로 날아간다.
언제나 인간은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아우성이다.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은 바깥세상에서 연락이 있으면, 먼저 의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접근하지만 제비는 무조건 사람을 믿는다. 제비는 유달리 인간이 사는 집에서 동거하기를 좋아한다. 참새는 인간을 무서워해 지붕속 깊이 집을 짓지만, 제비는 추녀에 노출시켜 집을 짓는다.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걱정 없이 살아갈 것 같은 제비들도 생존을 위해 투쟁적으로 살아가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70년대 중반에 군대 생활 중에 월남으로 간 적이 있었다. 남지나해를 지날 때였다. 파도가 전혀 없어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던 바다가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에는 4~5m의 파도가 넘실거렸다.
그때 젖은 날개로 날던 제비들은 내가 타고 가는 배위에 푹푹 쓰러지면서 쳐 박히는 것이었다. 손으로 잡아도 바르르 떨뿐 꼼짝을 못했다. 내 방으로 가져가서 따뜻하게 하니까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저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우리에게 인사하러 오는 것이 고마웠다. 제비는 한 번에 5~7개의 알을 낳고, 부화 후에는 벌레를 먹인다. 모든 새끼가 벌레를 달라고 큰 주둥이를 벌리고 짹짹 거린다. 먼저 음식을 받은 새끼는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새끼들에게 골고루 줄 수 있단다. 적절히 분배를 한단다.
제비는 보잘 것 없는 작은 새이지만 선하게 열심히 살며, 흥부전에서는 은혜를 갚는 새로 나온다. 부러진 다리를 고쳐준 것에 은혜를 갚기 위해 호박씨를 물어다 주는 이야기이다. 제비는 억울함을 당하기도 한다. 남자가 날렵하게 춤을 추면서 여자를 낚으려 할 때, 그를 제비라 한다. 또 그가 입은 윗옷은 날씬하게 내려오고 뒤 끝이 제비의 날개 같아서 우리는 연미복이라고 한다. 춤도 출줄 모르는 제비는 억울하다.
제비의 영어단어는 swallow이다. 이 단어는 `삼킨다. 들이킨다`는 뜻도 동시에 있다. 즉 `갈망하는 새`란 의미가 있다. 성경에도 제비는 기도의 상징으로 나온다. `내 눈이 쇠하도록 재비같이 지지배배 하나님께 지저귀며 신을 앙모한다`고 했다. 우체국 표시는 제비이다. 염려와 근심 걱정이 있는 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제비가 없다. 제비 먹이인 벌레가 농약으로 깡그리 없어졌고, 모든 곳이 오염되어 있다. 농약이 제비 몸에 쌓이면 알 껍질이 얇아져서 부화를 못한다고 한다.
지금은 제비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제비 같이 착실하고 부지런하게 살면 바보취급 받기 일쑤다. 기회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세상은 점점 어두워지고 길을 잃은 우리는 방황을 한다. 그러나 신은 인간에게 제비같이 남을 도우면서 성실하게 살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