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신전...홍 일 표
우물 신전...홍 일 표
  • 관리자
  • 등록일 2012.01.25 21:06
  • 게재일 2012.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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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이 된 여자





아직 비린내가 싱싱한



방금 소낙비 지난 자리 같은





물의 자궁 밖으로 기어나오는 달팽이의 등 뒤에 눈 감은 강이 있고



해 저문 산이 있다





왈칵 불 꺼진



해와 달의 박물관





우물 속에 빠뜨린 그림자에서 푸른 싹이 돋는다



굽이굽이 당신의 밤도 이쯤에서



맑게 일렁이는 유리창 하나 내었으면 좋겠다





햇볕도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곳



달팽이가 천천히 겹겹의 그늘을 벗는다



뿌리부터 축축하게 젖은





기어코 당신이다



생의 유통기한이라고 말하면 웃기는 말이 되는 걸까. 폐경이 이르른 여자, 햇볕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그 곳에 나이 먹은 인생들이 있다. 활발하게 유통되던 인생들의 축축한 뿌리가 스린 곳이다. 그러나 거기에도 달팽이가 기어다니고 푸른 싹이 돋는다. 평화롭고 원숙한 아름다움과 또다른 생명이 움트는 곳이다. 내리막길이 아니라 또 다른 오르막길이 놓여있고 아름다운 도전이 있는 곳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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