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휠체어 T53 400m 2·3위 한국 첫 메달

3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시상식 게양대. 호주국기와 함께 태극기 2개가 나란히 걸렸다.

대회 막바지인 8일만에 처음 우리나라 태극기가 올라가는 장면이었다. 이날 관중은 귀로는 호주의 국가를 들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애국가를 불렀다.

이날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선수 유병훈과 정동호가 나란히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해 올라간 것.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니 꿈만 같습니다.”

경기장 곳곳에서 여자 높이뛰기 결승, 남자 창던지기 결승이 펼쳐지며 어수선한 가운데, 3일 오후7시55분 스타디움에 휠체어가 등장했다. 휠체어를 탄 8명의 선수가 예선 없이 바로 결선을 치르는 이번 대회 이벤트 종목인 남자 휠체어 T53 400m에 한국의 유병훈과 정동호가 나섰다.

T는 트랙을 의미하고 53은 허리를 쓰는 데 불편함이 있는 장애 상태를 의미한다.

관중석의 육상 팬들은 휠체어에 탄 한국 선수가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앞서 뛰었던 블라인더 러너 스미스와 블레이더 러너 피스토리우스에게 보낸 격려처럼. 경기에 나선 유병훈과 정동호는 관중의 환호성에 메달로 보답했다.

유병훈은 50초69의 기록으로 49초36을 기록한 리처드 콜먼(호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병훈과 함께 달린 정동호는 50초76으로 3위에 올랐다.

이로써 유병훈과 정동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메달을 땄다. 두 사람이 2·3위 시상대에 함께 올라 관중이 느끼는 감격의 강도는 더했다. 출발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 유병훈은 긴장감으로 경기 초반에 중위권 이하로 처지며 정동호에게도 밀렸지만 중반 이후 스피드를 올리고 막판에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면서 정동호를 앞지르고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모든 코너를 돌고 난 340m 지점에서 선수들이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며 경쟁하는 장면은 이 종목의 하이라이트. 유병훈은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팀 동료 정동호를 간발의 차로 앞서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하지만 1위로 치고 나간 호주의 리처드 콜먼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유병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홈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치니 눈물이 절로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