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소봉대`로 해병 전체 매도하면 안돼
우선 일부에서는 `기수열외`가 `왕따`와 같은 말이라고 판단했다. 어느 부대에나 있고 흔히 `고문관`이라 불리던 병사가 바로 그들이었다. 해병대 전우회 경북연합회 최재길 수석부회장은 “해병대뿐만 아니라 다른 군이나 일반 사회에서도 이뤄지고 왕따라는 걸 해병대에서 가리키는 말이 기수열외일 뿐”이라고 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두고도 “원인이 기수열외라고 알려져 해병대 전체가 그런 집단인 것처럼 치부되는 것은 침소봉대(針小棒大 )”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기수열외`는 왕따와 다르고 그보다 훨씬 참혹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왕따는 또래집단 등에서 특정인을 멀리하는 것이지만, `기수열외`는 후임자로부터까지 소외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계급 중 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군대이지만 `기수열외` 처분을 받으면 계급이 높아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계급 외에 입대 기수별로 서열이 지어지는 부대에서 발생할 소지가 높다고 했다. 해병대가 바로 그런 경우다. 해병대는 제대 후 수십년이 흘러도 서로간에 `몇 기냐`를 따져 선후배를 가른다. 그런 사회에서 몇 기인지를 박탈한다는 의미의 `기수열외`를 당하는 건, 말하자면 호적을 삭제 당하는 것에 비견될만한 것이라는 사람까지 있다. 아무리 기수가 빠르고 선임이라도 `열외`가 되면 `남의 자식` 취급받기 때문이다.
해병대 출신자들에 따르면 저렇게 `기수열외` 되면 선임은 후임들에게 “A는 기수열외니까 앞으로 아무 일도 시키지 말며 후임들도 선임 취급은 물론 경례도 하지 말라”고 강제 명령을 내린다. 만약 이 지시에 불복하면 그 불복자까지도 만만찮은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해병 926기 출신인 김모(29)씨는 “보통 기수열외는 구타를 당하고 난 뒤 이를 간부에게 보고하거나 군생활 부적응자들을 가리키며 `누구누구는 앞으로 기수열외다`라는 평가가 내려지면 계속 인계돼 가면서 전달된다”며 “해병대의 악습인 것은 인정하지만 요즘은 웬만하면 기수열외를 하지 않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해병대 전역자들은 `기수열외`라는 말이 유통되기 시작한 게 10여년 전부터라고 했다.
해병1사단에 소령으로 근무 중인 B씨는 “대원들끼리 음성적으로 기수열외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어 개선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해병대에도 기수 개념이 아닌 중대장·소대장·분대장 등의 지휘계통에 의해서 운영되는 선진 병영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해병대 전역자는 아니지만 나도 일·이병 때는 괴롭히는 고참을 죽여버리고 싶었다”면서도 “군대란 곳은 누구에게나 힘든 곳이지만 나쁜 마음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문 법이고 이번 일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군 부적응자를 모두 낙오시켜 버리면 군생활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해병은 동료애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 부대원이 한 명을 지목해 왕따시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