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작업 난항 ‘최악 상황’으로 치닫는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br/>사망자 대부분 거동 불편한 60대… 현장헬기 추락 조종사 1명 숨져<br/>2만3500여 주민 체육관 등 대피… 차량행렬 막혀 7번국도 대혼란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확산을 거듭하며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번지는 가운데 현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관련기사 2·5·7면, 화보 3면>
26일 산림 당국은 일출 시각인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 5개 지역에 진화 헬기 수십 대와 인력 4918명, 진화 장비 558대를 투입해 주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화 작업은 주요 시설과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부터 순간 최대 초속 11m 이상의 강풍과 섭씨 20도를 웃도는 기온 등 기상 악조건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진화 작업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후 12시 51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추락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의 담수 용량 1200ℓ S-76 기종이다. 이 사고로 기장 A(73)씨가 사망했다. 사고로 인해 헬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오후 3시 30분쯤 재개됐다. 경북 북동부 산불현장에는 이날 모두 80여대의 헬기가 투입됐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이 68%에 머물렀던 의성 산불은 기상 악조건과 돌발 사고 등이 겹치면서 더디게 진행됐다. 당초 1만 5185ha로 추정됐던 산불영향 구역은 현재 어느 정도까지 확대됐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불이 동쪽으로 확산되는 경로를 따라 인명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 등 4개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지역주민 21명과 헬기조종사 1명 등 모두 22명이다.
경북지역 사망자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화마가 휩쓸고 간 야산 주변 도로와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다. 이들 중에는 일가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덕군 사망자 일부는 실버타운 입소자로, 대피 도중 산불에 휩싸이면서 차량이 폭발해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들이 산불 확산 직전 체계적이지 못한 재난·대피 문자를 발송한 탓에 지역마다 ‘대피행렬’이 이어지는 등 혼란도 가중됐다. 지난 25일 영덕군 7번 국도는 피난에 나선 차량 행렬로 한순간 정체됐다.
산불이 근접하자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영덕 주민 104명은 석리항·축산항·경정3리항 방파제 등에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현재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에는 안동시민 2975명과 영덕주민 2208명을 포함해 총 2만 3500여명이 실내체육관과 주변 학교 등으로 대피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까지 각종 시설 257곳에서 산불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또 전력계통 시설의 경우 영남권 16개 송전선로가 정지됐지만, 이 가운데 4개 송전선로가 재가동에 성공해 현재 12개 송전선로가 가동을 멈췄다. 한전은 본사와 사업소별 비상 발령을 내려 총 1276명이 비상근무 중이다. 지난 25일 저녁 진보 변전소, 영덕 변전소 정지로 약 9만3000여세대 정전이 발생했지만, 이후 복구를 통해 현재 98.5%까지 전력공급을 재개했다. 한전은 추가 복구를 진행 중이다.
울진 원자력발전 시설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수원 한울본부가 자체 소방 인력 및 소방차(4대) 등을 대기시켜놓고 있다.
이밖에 고속도로는 지난 25일 오후 6시부터 중앙선 의성IC∼예천IC 양방향과 서산영덕선 동상주IC~영덕IC 구간 등이 통제되고 있다.
산림 당국은 “지역 주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 오후 경북 봉화군 물야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26일 오전 7시쯤 주불이 진화돼 잔불 정리에 돌입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