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
손짓보다 계곡물이 먼저 건너간 곳에
커다란 나무가 벗은 한여름을 모아
누군가 낙엽하트를 만들어 놓았다
버석한 사랑 속으로
어른 두셋 풍덩 뛰어들 수 있는 큰 하트를
참 부지런한 사람도 다 있군
무심코 중얼거리는데
사랑의 장례를 치른 거라며
너는 사랑무덤이라고 했다
지나간 사랑을 낙엽으로 덮으면
타올랐다 온도를 다독일 수 있으려나
들여다본 네 눈 속에도
사랑이 지고 있었다
한여름 속에 함께 누웠던
네가 나를 두고 걸어 들어가
사랑무덤에 홀로 눕는다
여름이 지나고, 이제 겨울 앞. 낙엽이 졌다. 누군가 만든 커다란 ‘낙엽하트’를 ‘너’는 ‘사랑무덤’이라 지칭한다. 한창 타올랐던 여름의 사랑은 이제 지고, 그 사랑의 흔적을 가지고 지나간 사랑을 기념하듯 하트를 만들었기 때문. 그 하트 밑에서 사랑의 열기는 천천히 식어갈 터, 화자는 그런 말을 하는 ‘너’의 눈에서 지고 있는 사랑을 읽는다. 나아가 ‘네’가 그 사랑무덤에 홀로 들어갈 것임을 슬프게도 감지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