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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간이 직면하는 가장 깊은 주제 ‘죽음과의 대면’

세상에 태어나 각자의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에 이르는 길은 인간이건 동물이건 한 포기의 풀이건 간에 모든 생명이 오롯이 혼자 겪어야 하는 일이다. 누구와 손잡고 가는 죽음을 택하거나, 순간의 재난에 많은 생명이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개개인의 죽음은 오직 한 길일 따름이다. 우리는 대개 가족, 친구 등 중요한 사람의 죽음을 생각할 때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감정들은 불쾌하고 힘든 일이어서 되도록 생각 자체를 피하려고 하게 된다. 죽음이란 모든 것의 끝이라는 인식이 그 바탕에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진실 또한 어렵고 불편할 수 있는 주제다.인간이 직면하는 가장 깊은 주제인 죽음에 대해 개방적으로 대면하면서 서로의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우리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건 불가능할까. 이런 사유와 사색이 올해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GAP(갭)’전의 출발지이자 목적지다.‘GAP(GlassBox Artist Project)’전은 대구 봉산문화회관 공모 프로그램인 ‘유리상자-아트스타’ 참여작가를 재조명하기 위해 매년 기획되는 전시로, 유리상자 출신 작가들이 같은 주제 아래 협업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각자의 색깔로 다름과 차이를 드러낸다.12번째를 맞는 올해 전시는 ‘말하지 않는 것’을 주제로 봉산문화회관 2·3층 1~3전시실에서 2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수의 국공립 미술관의 학예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후진 양성과 평론가로 활동 중인 이윤희 평론가를 협력기획자로 초청했다. 협의를 통해 ‘유리상자-아트스타’에 소개됐던 86명의 작가 중 류신정, 서현규, 우재오, 최수남 등 4명의 작가가 선정됐으며, 작가들은 제시된 주제 아래 작품세계와 개성을 마음껏 선보인다. 협력기획자인 이윤희 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죽음의 고통이나 절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함을 인식하고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삶과 맞닿아 있는 죽음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기보다는 ‘삶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립하고 죽음에서 그 존재를 의식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라는 헤겔의 말처럼, 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달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1전시실에서는 최수남 작가의 ‘탄화되는 인간’이란 설치작업에서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 태도로, 우재오 작가는 미래에서 과거를 소환하는 체험과 죽음에 대한 ‘Essence’ 사진 이미지로 인식론적 치유를 터치한다.2전시실에서는 서현규 작가가 ‘교량’의 기계적 조형성으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잇는 영적 세계를 결부한 시각적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죽음의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마지막으로 3전시실에서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희망과 바람을 설치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 류신정이 신비로운 우주 속 인간의 삶을 전달하는 빛의 향연을 보여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20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를 만나다

프랑스 대표 뮤지컬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현지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로 만날 수 있는 ‘프렌치 뮤지컬 갈라 콘서트-디 오리지널’이 오는 21일 오후 7시 30분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프렌치 뮤지컬 갈라 콘서트는 프랑스 뮤지컬의 대명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제작자인 니콜라스 타라가 직접 제작한 공연으로,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랑스 뮤지컬 배우들과 40인조 오케스트라,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로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무대다.2017년 중국 상하이와 2020년 베이징을 비롯해 주요 도시 투어를 진행하며 폭발적인 호응과 큰 사랑을 받았다. 전 세계 1천만 명 이상이 관람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비롯해 세계 4대 뮤지컬이자 웨스트엔드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셰익스피어의 세기의 명작 ‘로미오 앤 줄리엣’, 탄탄한 구성으로 프랑스 뮤지컬의 결정판으로 손꼽히는 ‘모차르트 오페라 락’, 뜨거운 매혹의 뮤지컬 ‘돈 주앙’ 등 오롯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뮤지컬들의 주요 넘버를 통해 시대별 클래식 프랑스 뮤지컬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또 프랑스 록 오페라 뮤지컬의 시초로 오랜 시간 국민 뮤지컬로 사랑받은 뮤지컬 ‘스타매니아’의 음악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무엇보다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번 갈라 콘서트는 국내에서 오랜만에 원어로 ‘세계적인 프렌치 뮤지컬’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출연자들도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리지널 캐스트들로 구성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역으로 국내에서도 다수 팬을 보유한 안젤로 델 베키오를 비롯해 지안마르코 스키아레띠, 다미앙 사르그, 로베르 마리앙, 엘하이다 다니가 함께한다. 여기에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주역인 미켈란젤로 로콩테까지 합류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15

봄날의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목요일 저녁 러시아 음악의 거장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 음악으로 클래식 여행을 떠나는 연주회가 펼쳐진다.포항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196회 정기연주회 ‘봄을 기다리며’를 연다.주목받는 차세대 지휘자인 오케스트라앙상블서울(OES) 예술감독 이규서가 객원지휘하고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인 첼리스트 김두민이 협연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제1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이 연주된다.1부는 첼리스트 김두민이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준다. 1959년 완성된 이 곡은 곡 전반에 걸쳐 침울한 분위기로 체제 저항과 예술가의 고뇌 등 감정의 억압이 표현된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다. 친구이자 20세기 위대한 첼리스트 므스티슬라브 로스토로포비치에게 헌정됐으며 스탈린이 가장 좋아했던 민요를 장난스럽게 인용한 3악장 등 모두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협연을 맡은 첼리스트 김두민(44)은 동아음악콩쿠르 우승으로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아스펜 협주곡 콩쿠르 우승, 파울로 국제 첼로 콩쿠르에 상위 입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쾰른 국립음대에서는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스위스의 베르비에 음악 페스티벌 입상 및 유럽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차세대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악단인 뒤셀도르프 심포니의 첼로 수석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부터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후학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여섯 작품 중 5, 6번과 더불어 후기 교향곡의 하나로 꼽히는 ‘교향곡 제4번’이 연주된다. 자신의 복잡한 감정과 철학을 담아낸 자전적인 교향곡으로 ‘차이콥스키의 운명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스스로 “자신의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곡”이라 자평했을 정도로 교향곡 작곡가로서 차이콥스키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걸작이다.이 곡은 차이콥스키가 파경을 맞은 이후의 심경이 담겨 있다. 차이콥스키는 1877년 9세 연하의 모스크바음악원 제자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했으나 두 달 만에 파경을 맞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후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요양을 취하며 작곡에 몰두해 이듬해 교향곡이 탄생했고, 여기에는 그의 심경을 반영한 듯이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외로움, 애상 등이 녹아 있다. 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됐으며, 무대에서는 전 악장 모두를 들려준다. 제1악장에서는 잔혹하고 압도적인 운명의 힘 앞에 절망하고 체념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는 선율이 인상적이다. 제2악장에서는 음울한 감정을 드러내는 비애에 찬 선율이 흐른다. 제3악장에서는 독특하게 러시아 민속 무곡풍의 선율로 현실과 관계 없는 혼란을 나타내고, 제4악장에서는 불행한 운명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 담겨 있다.이규서(30) 지휘자는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지휘자 중 한 명으로, 서울대 음대와 대학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졸업했으며 빈 국립음대의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대학 시절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면서 국공립교향악단 지휘를 시작했으며 월간 객석으로부터 차세대 지휘자(2019)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서울대 음대 동문들로 구성된 명실상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오케스트라로 평가되는 OES의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일찍이 지휘계의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한 그가 거장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 음악으로 포항 관객들과 어떻게 호흡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포항시향 관계자는 “봄을 기다리며 쓸쓸하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열정적인 두 거장의 작품을 준비했다”며 “쇼스타코비치가 들려주는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깊은 대화에 귀 기울이고, 차이콥스키가 보여주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사색의 시간을 즐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14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과 20세기 샹송 거장들을 만나다

(재)포항문화재단은 오는 25일 오후 5시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포항 음악 오디세이’ 첫 번째 테마 ‘파리의 하늘 아래’를 선보인다. ‘포항 음악 오디세이’는 3월부터 7월까지 총 5회 시리즈로 진행된다. 특히 황덕호, 유윤종 등 유명 음악평론가와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해 월별 테마에 맞춰 다양한 시대와 나라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한 테마와 주제가 있는 공연으로 꾸며진다.이번 첫 공연은 오랜 세월 재즈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으로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음악평론가 황덕호를 초청해 작곡가의 생애와 곡의 특징 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파리의 하늘 아래’라는 테마로 선보일 이번 공연은 파리의 경치를 바라보는 포근한 휴일의 어느 하루처럼 꿈같은 설렘을 안겨줄 클래식 프로그램들로 구성해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과 20세기 샹송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정상급 연주자인 첼리스트 홍승아,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출연해 포레의 ‘꿈을 꾼 후에’, 드뷔시 ‘꿈’, 라벨의 ‘볼레로’, 사티 ‘짐노페디 1번’, 모노 ‘사랑의 찬가’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곡들을 연주한다.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관객과 소통하며 진행하는 공연으로,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더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관객 문화 수준 향상 및 공연 관람의 동기유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예매는 티켓링크를 통해 가능하며 전석 2만 원이다. 24일까지 ‘포항 음악 오디세이’ 패키지 예매를 할 경우 50% 할인 받을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13

17년 만의 첫 외출… 전통과 현대를 담아내다

‘문자와 회화, 조각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멋을 창출하는 서각 작품의 아름다움을 만나다.’포항지역에서 활동하는 여류 서각가 하송(河松) 이홍숙(65) 씨가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 17년 만에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서각전은 ‘나의 미래 끝에 존재하는 의미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작가가 17년 동안 작품활동을 한 ‘화의죽정(華意竹情·꽃과 같이 아름답고 대나무같이 곧은 마음), 항상심(恒常心·어떤 경우든 한결같은 마음)’ 등 전통서각과 현대서각, 그리고 한묵유희 분야의 대한명인으로 지정된 서예가 청악(靑岳) 이홍화 명장의 문인화를 나무에 새긴 작품, 그림과 글씨로 새긴 십이지신 시계 등 100여 점을 전시한다. 흔히 ‘서각’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평평한 나무판에 글자를 새긴 정형화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홍숙 작가는 전통서각 기법을 살리면서도 보다 자유분방한 서체 배치와 색깔로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고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서각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2년 건조를 통해 수분에 따른 수축·팽창 과정을 끝낸 느티나무, 향나무, 은행나무, 아카시아 등의 나무에 아크릴 물감과 포스터칼라로 작품을 만든다. 전통서각의 단조로운 무채색을 벗어나 다채로운 채색으로 밝으면서도 기품있는 작품을 보여준다. 이홍숙 서각가 장기간의 수련과 연구 끝에 구사하는 칼의 맛 또한 작품의 서정성을 더해준다.이 서각가는 “서각이란 설계하여 집을 짓듯 과정마다 설렘과 성취감이 묻어나는 것”이라며 “집중에 의한 순간의 명상 세계이며 각(刻)이라는 행위적 요소가 두드리고 새긴다고 하지만 두드림의 소리에는 나만의 연주가 흐른다.그 속에 꽃피어 열매 맺듯 나는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전했다.이홍숙 서각가는 국제유교문화서예대전 우수상, 대한민국 남북통일 예술대전 최우수상, 영일만 서예대전 우수상, 포항시 서예대전 우수상, 영일만서예대전·(사)대한민국남북통일예술협회 초대작가 등의 경력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남북통일예술협회 서각 명장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13

포항서 즐기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음악세계를 담은 창작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포항의 관객들을 찾아온다.오는 4월 28, 29일 양일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재)포항문화재단이 마련한 올해 우수 공연 시리즈의 첫 번째 공연이다.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2016년 초연 이후 매년 여러 무대에서 재공연을 이어오며 신선한 소재와 명곡의 감성을 살린 음악으로 관객들의 호평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부터는 원작 프로덕션 콘텐츠를 그대로 사용하는 ‘레플리카’ 방식으로 중국에 수출해 상하이, 베이징, 칭다오, 시안 등 전역으로 투어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연의 성과는 각종 수상으로 이어져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극본상,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곡·음악감독상을 수상했다.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음악 거장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세계와 삶을 담은 이 작품은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지친 삶의 끝에서 만나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뛰어난 피아노 실력과 작곡으로 러시아 음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라흐마니노프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교향곡 1번을 발표한다. 하지만 연주회는 실패로 끝나고, 상처를 받은 라흐마니노프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둔생활을 한다.한편 프랑스 유학 도중 귀국한 정신의학자 달박사는 동생의 치료를 부탁한다는 편지를 받게 되는데, 그 대상은 바로 라흐마니노프였다. 달박사는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를 힘들게 하는 트라우마를 찾으려 하는데…. 공연에서 소개되는 뮤지컬 넘버 17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편곡해 피아니스트와 현악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선보이게 된다.이번 포항 공연에서는 박유덕이 천재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역을 맡았으며, 유성재, 임병근이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역을 맡아 열연한다.티켓 오픈은 13일 오후 2시 재단 유료 멤버십 ‘프리미엄포친스’ 대상 선 오픈, 14일 오후 2시 일반 오픈이며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 1588-7890)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포항시민 10% 할인 및 ‘프리미엄 포친스’ 30% 할인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마련돼 있다.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과 서거 80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이번 공연이 클래식과 뮤지컬의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많은 관람을 부탁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12

화려한 선율로 물드는 ‘봄의 낭만’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 ‘2023 신춘음악회-제175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이날 음악회는 ‘드보르작을 봄(春)’을 주제로 포항 출신 차세대 연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플루티스트 이효연, 오보이스트 류승훈과 협연하는 무대가 마련된다.협연자 못지 않게 연주곡도 걸작들을 준비했다. 관현악과 실내악에서 모국의 민속 음악적 작풍과 선율을 잘 담아낸, 감성적인 아름다운 선율로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는 체코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곡가 드보르작의 명곡을 중심으로 음악회를 꾸민다.제주도립 제주교향악단 김홍식 지휘자의 객원지휘로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Op.46’을 시작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의 막을 올린다. 이 작품은 슬라브 지역의 색채와 향기를 담은 민족의 독자적 음악이자 슬라브 민족의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열을 지닌 명곡이다.플루티스트 이효연은 보르네-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의한 환상곡’을 협연한다. 또 오보이스트 류승훈이 요한 벤첼 칼리보다의 ‘오보에를 위한 콘체르티노 바장조’를 연주한다.연주회 대미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6번 라장조’를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장식할 예정이다. 드보르작 교향곡 제6번은 드보르작의 후기 교향곡에 밀려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열정과 패기, 민족적 정취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며, 후기 명작 교향곡들의 탄생을 예고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김홍식 지휘자는 강남대학교 음악과,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음악원을 거쳐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디플롬을 취득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부지휘자, 군산시립교향악단 지휘자,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및 목원대학교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부터 제주도립 제주교향악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플루티스트 이효연은 포항예술고, 국민대 관현악과 및 동대학원, 독일 뮌스터 국립음악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음악협회 포항지부 콩쿠르 전체대상, 음악저널 콩쿠르, 대구음악협회 콩쿠르 외 다수 수상,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에 출연했으며 포항시립교향악단, 루마니아 올테니아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러시아 타타르스탄 국립 심포니 오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현재 포항예술고와 서경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양주시립교향악단원으로 활동중이다.오보이스트 류승훈은 포항예술고와 경북대 음악학과,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악대학교 석사를 졸업했다. CBS 전국음악 콩쿠르 1등, 음악교육신문사 1등 없는 2등 외 다수 입상했으며 경산시립교향악단 객원 단원 및 KNN방송교향악단 객원 수석으로 활동했다. 현재 앙상블 브리프 및 오케스트라 보아즈 멤버, 대구 대진중학교에 출강하고 있다.한편,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은 1997년 창단된 국내 최초의 교향악단으로 경북의 혼을 담은 연주로 도민의 문화적 자긍심과 수준 높은 정신문화 향유를 위해 다양한 음악활동을 해오고 있다. 다채로운 해석과 감각적인 연주로 늘 기대 이상의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08

어디가 위?… 박경아의 ‘풍경 너머 세계’

대구 갤러리분도는 올해 첫 전시로 지난 30년간 꾸준히 회화의 외길을 걸어온 서양화가 박경아 초대전 ‘풍경으로 그려진 풍경 너머의 심상’을 13일부터 4월 7일까지 연다.박 작가는 초기 독일 유학 시절(1998∼2007년)부터 줄곧 서정적 풍경화로 숲이나 창밖 혹은 창에 비친 풍경을 통해 내면의 감정들에 형상을 부여한 일종의 심미적 풍경으로 그리움을 담아냈다.이번 전시에서는 그녀가 2020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연작 ‘워크(Walk)’신작 10여 점을 선보인다. 자연과 추상 사이에 존재하는 회화적 공간에 관한 것을 끊임없이 연구해가는 과정으로 최근 새롭게 제작한 작업의 결과물들이다.박경아의 ‘워크’ 신작이 주는 첫인상은 회화적이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표현주의적’ 제스처다. 작가의 창작 근원은 외부로부터 가해진 시각적 자극을 통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내면과 관계된 것이기에 표현주의에 가깝고, 주관적 표현성이 작품 깊숙이 내재해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을 녹아낸 회화를 만들어 간다. 풍경을 담은 작품에서 색, 형태, 형상이 캔버스 위에 추상과 구상의 교묘한 경계를 오가도록 놓여 있는데, 그림 속 풍경은 실제 풍경이 아니라 그녀의 내적 심리적 상태가 투영된 풍경이다.미술사학자 김석모는 “박경아의 회화적 관심은 자연 그 자체 또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다채로운 시각 현상을 회화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지 않다. 그의 작품은 기억에 새겨진 감정에 관한 것으로 풍경을 떠올리는 이미지에 그것을 투영 혹은 은폐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박경아 작가는 “그리는 것은 매일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물감을 바르고 흘리고 다시 겹치는 과정은 종종 무질서하고 흐려지는 삶의 순간을 닮았다.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고 살아내야 하는 우리 삶과 비슷하다. 인생이란 결국 잠시 산책 나온 듯 뚜벅뚜벅 걸어가는 여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1974년 대구에서 태어난 박경아 작가는 영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1998년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 쿤스트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10년에 걸쳐 디플롬과 마이스터슐러(Dr.Prof. Udo Scheel사사) 과정을 마치고 2007년 귀국했다. 그동안 8회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독일 Gallery Morgnerhaus, 독일 슈파카세 갤젠키르헨은행,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윤희정기자

2023-03-07

‘생명의 환희·열정’을 그린… 윤옥순 작품전

30년 간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다 미국 뉴욕으로 떠난 후 다시 돌아와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인 여류 한국화가 윤옥순 씨의 작품전이 오는 12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생명의 환희-열정을 그리다’를 주제로 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그가 15년만에 대구에서 갖는 개인전이다.생명의 근원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작품 활동을 해 온 그는 이번에 새와 말, 해바라기 등을 소재로 속도감이 느껴지는 빠른 붓질로 시작되는 움직임이나 흐름을 암시하는 듯한 이미지와 형상을 펼쳐 보이는 작품을 전시한다.윤 작가는 “새와 말, 해바라기는 세상으로 뿜어내는 생기, 즉 닫혀있던 자아가 우주의 한 가운데 낱낱이 열리는 순간의 열정과 환희와도 같으며 이런 관경은 경이로운 것 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이들 주제를 통해 ‘생명의 환희-열정을 그리다’로 정했다”고 전했다.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생명 에너지의 원류를 찾아 헤매는 구도자의 순례처럼 작가의 예술철학이 응집된 작품들로 꾸며진 이번 전시는 속도감이 느껴지는 대담한 붓질로 표현된 즉흥적이고 순발력 넘치는 화면구성으로 역동적 생명력의 근원을 연상케 한다”고 설명했다.윤옥순 작가는 포항 출신으로 그동안 25회의 개인전과 350여 회의 단체전·기획전에 출품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서울정도 600주년 기념-서울국제현대미술제’에 참여했고, 일본 교토시립미술관에서 대작 50점으로 초대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한국화 부문 최고상인 우수상을 받았으며 동 대회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2차례 참여했다. 또한 대구도시철도 조형물 공모에 당선돼 범어역에 8x7m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07

철근이 노출되고 균열된 시멘트로 현대 우상의 위태로움·유연함 표현

(재)포항문화재단은 ‘2023 청년작가 기획전’의 두 번째 전시로 전가빈 개인전을 오는 8일부터 31일까지 포항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 위치한 대안공간 스페이스 298에서 개최한다.‘필연적 우연’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지역 출신 유망한 신진작가의 전시를 지원하는 기획전 형식이다.전 작가는 주로 특정 유명 인물이나 사회적 사상을 기리는 오브제 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차용해 작품 활동을 진행해 왔다. 유년 시절에 유행했거나 성장 시기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인물과 캐릭터를 대상으로 그 당시 지닌 ‘우상(IDOL)’이라는 속성과 다층적 의미,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를 건축재료인 시멘트를 활용해 투박하게 담아낸다.전가빈 작가는 포항예술고와 동국대학교 조소 전공을 졸업해 청주를 시작으로 천안과 광주에 위치한 창작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다.만화 속 피노키오와 부서진 만화 캐릭터 작품은 유쾌하고 장난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의미는 오히려 무겁다. 작가는 ‘우상’이 제작될 당시 지녔던 물질만능주의와 전통적 가치관 사이에서의 괴리를 반추하고자 하는 작업 세계를 바탕으로 사회의 동력이 상실된 ‘유연함’이라는 모호한 표현에 대한 화두를 표현했다.전 작가는 특히 작품의 재료를 건축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멘트를 사용한다. 시멘트는 견고한 재료이긴 하지만 금이 가거나 조각나기 쉽기에 현실에서는 페인트 혹은 타일과 같은 부자재들로 결점을 숨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재료의 속성을 착안해 강한 외면이지만 약한 속성들이 자리 잡고 있는 사회적 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철근이 노출되고 균열이 생긴 손상된 시멘트를 활용해 현대 우상들의 위태로움과 유연함을 작품으로 표현했다.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작업과 흐름을 같이 하며 신작 3점을 포함해 전시장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무언가를 인식하고 사유하는 것에 무감각해진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또한 작가의 작업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 영상도 전시장에서 상시로 만나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2023-03-06

대구시립국악단, 16일 정기연주회 ‘무아경’ 선사

대구시립국악단은 제208회 정기연주회 ‘無我境(무아경)’을 오는 16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에 올린다. 양성필 시립국악단 악장이 연출 및 지휘를 맡아 국악 오케스트라에 소리와 무용 등을 곁들여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 특히, 전통 타악협주곡의 정석으로 불리는 ‘신모듬’ 전악장을 연주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힘과 에너지를 전하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공연의 첫 문을 여는 곡은 국악관현악 ‘소리놀이 1+1’(이경섭 곡)이다. 각 악기 군들의 솔로 연주와 주고받는 선율이 돋보이는 밝은 느낌의 연주곡이다.이어지는 ‘얼씨구야 환상곡’(김백천 곡)은 지난 2009년부터 지하철 환승 음악으로 사용돼 유명한 곡이다. 자진모리장단에 대금, 해금, 피리, 가야금 등 악기로 구성된 흥겨운 풍의 작품으로 이번 연주회에서는 시립국악단 한국무용의 창작무가 곁들여져 관객들을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소리꾼 김단희의 서도소리 협주곡 또한 연주된다. 서도민요 ‘느리개타령’(장유리 작·편곡)과 ‘난봉가연곡’(손다혜 작·편곡)을 선보인다. 이는 서도소리꾼 김단희가 관현악 협주곡으로 위촉해 재창작된 곡이다. 김단희는 세종전국국악경연대회 민요 명창부 대상과 대구국악제전국국악경연대회 민요 명창부 대상을 수상했으며,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청년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공연은 사물놀이를 위한 국악관현악 ‘신모듬’(박범훈 곡) 1·2·3악장 전곡으로 흥겹게 마무리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06

‘색채 마술사’ 김선희 초대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서양화가 김선희 초대전 ‘색채의 마술사’가 오는 15일까지 경주 라우갤러리에서 열린다. 풍부한 색감과 자유분방한 구도로 독특한 실내풍경과 정물을 그리는 김 작가의 근작을 포함한 20여 점을 선보인다.작가는 차와 커피, 알라딘 주전자와 의자, 식탁 위 레몬과 바나나, 한 조각의 케이크와 포크 등 삶의 기억 속에서 만난 가벼운 희열과 즐거움을 소꿉장난하듯 화폭에 구현하고 있다. 노랑, 빨강, 파랑, 주홍, 초록 등 우리 주변이나 자연에서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원초적인 색들을 서로 충돌시키며 색채들의 울림과 하모니를 각각의 선율로 이끌어 낸다. 타고난 색채감각과 오랜 화력을 바탕으로 유화 물감을 세련되게 혼합해 감상자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는 평이다.김 작가는 “회화의 시작은 내면에서 출발해 밖으로 표출하는 과정”이라면서 “대상과의 소통을 통해 시선을 옮겨가면서 나만의 감성, 색채와 패턴을 찾으며 화면을 구성하는 형태와 시각적 긴장 관계를 성립시키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일상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공유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김선희 작가는 홍익대 미술학과와 프랑스 투르대학 석사를 졸업하고 1년에 여러 차례 프랑스에서 전시를 하면서 한국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프랑스(갤러리 데플라노), 미국(뉴욕 갤러리), 독일(갤러리 숀), 서울과 경주 등에서 개인전 10회, 이탈리아 현대 미술아트페어, 프랑스 그랑팔레, 한독 교류전 등 단체전과 아트페어 등에 참여했다, 프랑스 쉬농 콩크르에서 Medaille de Chinon 등을 수상했다. 프랑스 쉬농성 미라보미술관, 두바이,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 국내외 갤러리와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06

화이트데이엔 달콤쌉싸름 밴드음악 어때요

대구 달서아트센터는 DSAC 시즌 콘서트 첫 번째 무대로 인디밴드 설(SURL)의 단독 화이트데이 콘서트를 오는 12일 오후 5시 청룡홀에서 개최한다.설은 설호승(보컬·기타), 김도연(기타), 이한빈(베이스), 오명석(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로 2018년 싱글 ‘여기에 있자’로 데뷔했다. 그들만의 독보적인 감성과 독특한 음악 색채로 같은 해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또한 태국 ‘빅 마운틴 페스티벌’, 미국 ‘SXSW’ 등 각종 해외 초청 공연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히며 데뷔 1년 만에 글로벌 밴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난해에는 Mnet의 밴드 서바이벌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서 준우승도 차지했다. 현재 이들은 ‘이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특히 화이트데이를 기념해 2030 세대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몽환적인 음색과 빈티지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연주 안에 담았다.이성욱 달서아트센터 관장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매력적인 곡들을 선보이고 있는 설(SULR)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갖춘 밴드”라며 “이들의 특별한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값진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3-03-05

지용철이 찍은 목련… 30일까지 개인展

기나긴 겨울을 지나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 혹한의 겨울을 견딘 목련 꽃 봉우리가 개화를 준비하며 봄 소식을 알리고 있다. 정갈하고 맑은 느낌의 목련은 고고한 선비나 군자를 상징한다. 은은한 향기도 좋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면 유난히 목련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사진작가 지용철 씨(56)는 오랫동안 ‘목련’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2013년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었던 시절, 우연히 눈에 들어온 목련과 친구가 된 지 씨는 그때부터 목련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주로 집 주변이나 출·퇴근길, 산책길 등에서 만난 꽃들의 모습을 담았다.‘목련 작가’ 지용철 씨가 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갤러리 포항에서 초대개인전을 갖는다. 최근 세 번째 목련 사진집을 펴낸 지 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3년여 간 담은 목련을 선보이는 자리로 30여 점을 전시한다. 다양한 목련의 모습을 독일에서 수입한 특수 인화지에 인화해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으로 탄생시켰다.지 씨는 줄기와 꽃을 클로즈업한 작품, 오버노출로 수묵화 느낌이 나는 작품, 광각렌즈와 잡아낸 바람에 흔들리는 목련꽃 등을 보여주고 있다.그의 작품은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린 수묵화 느낌이 좋다. 전시에선 단아함과 화사함, 고요와 바람, 낮과 밤, 흑백과 칼라 등 대비된 느낌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모두 그의 감성과 애정이 듬뿍 배인 작품들로 수많은 사진 중에 고르고 또 골랐다.지 씨는 전시된 목련 사진들에 각각 사연을 담았다. 어느 하나 사연 없는 목련이 없다. 어떤 목련은 고민에 허우적거리다 만난 목련이고 또 어떤 목련은 아버지 무덤가에서 만난 목련이다. 저마다 사연이 담겨있는 꽃들이라 어떤 것은 한없이 밝게 보이고 다른 것은 애처로워 보이며 또 다른 것은 든든해 보인다.지 씨는 “‘아픔을 견디고 꽃은 핀다, 삶은 잠시 스치는 봄날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사진을 찍으며 목련나무의 그루터기에서 나의 삶을 목련꽃처럼 피웠다. 사진 속, 미색의 여백에 검은 색의 목련 나무 그루터기에 핀 아름다운 흰 목련꽃은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자신의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전했다.지용철 사진작가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2016년 목련 사진집 출간으로 청주 숲속갤러리에서 개인전을 두차례 가졌다. 2018년부터 포항 송도에서 열리는 ‘사진의 섬 송도’에 초대작가로 매년 참여했고, 2019년 두번 째 목련 사진집을 펴내며 서울 인사동 마루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01

경주 우양미술관, 내달 3일 ‘장 줄리앙展’ 개막

경주 우양미술관은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장 줄리앙을 초대해 ‘줄리앙: 여전히, 거기(Jean Jullen: Still, There)’전을 오는 3월 3일 개막한다.장 줄리앙은 간결한 선과 색으로 우리 주변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참신하고 재치 있게 보여준다. 그는 ‘단순한 형태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라는 믿음 아래 독창적이면서도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체로 작품을 창작한다. 평면 일러스트에만 국한되지 않고 회화, 영상, 조각, 오브제, 패션 등 장르와 소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끊임없는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장 줄리앙의 작품 활동은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디지털에 중독된 세태를 풍자한 일러스트나 월요병을 상징하는 일러스트, 정크 푸드(JUNK FOOD)에 중독된 신체 일러스트는 그의 예술적 접근 방식을 대변하는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표현은 장난스럽지만, 작품에 담긴 내용은 촌철살인적이다.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그러나 단순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장 줄리앙 작품의 특징이다.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그의 회고전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Jean Jullien: Then, There)’가 개최된 바 있다.이번 우양미술관에서는 ‘장 줄리앙: 여전히, 거기’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작품 세계가 더해진 더욱 풍성한 전시로 선보인다.‘장 줄리앙: 여전히, 거기’전은 작가의 머릿속 아이디어의 시점이라 할 수 있는 ‘100권의 스케치북’에서 시작된다. 영감의 원천에서 작품이 어떠한 방식으로 구체화하는지, 다른 매체와 기법으로 어떻게 작품에 적용되는지 과정을 세세히 만나볼 수 있다.특히 이번 우양미술관 전시에서는 장 줄리앙의 동생이자 예술 활동의 파트너인 니콜라 줄리앙(Nicolas Jullien)의 공간이 새롭게 공개되며, 이를 통해 줄리앙 형제의 예술적 시너지 효과가 세상을 유쾌하게 만드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이와 더불어 한국의 풍경을 담은 장 줄리앙의 신작 회화 작품도 만날 수 있다.장 줄리앙의 다양한 작품 속에서 조형 요소와 원리를 발견하고 그 표현 효과를 탐색한 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우양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장 줄리앙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작업방식 전반을 감상하고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작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품에 어떻게 반영돼 나타날 수 있는지 작가의 가치관을 공감하고,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뇌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장 줄리앙 전은 오는 10월 16일까지 2, 3전시실에서 계속된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3-02-27

2023 춤, 세대를 잇는다

경북도 지정 전문예술단체 전통연희컴퍼니 예심(대표 장임순)과 포항향토무형유산원이 전통춤 명인, 문하생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전통연희컴퍼니 예심 대표 전통무용가 장임순 씨는 오는 3월 2일 오후 7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정기 발표회 ‘2023 춤, 세대를 잇다’를 연다. 이번 정기발표회는 지역 간 문화교류와 함께 수준 높은 전통춤으로 시민들에게 건전한 여가생활과 전통문화의 계승을 알리고자 마련됐다.이번 공연은 장임순 대표의 스승인 김연자 명무(태평무), 김지립 명무(한량춤), 서한우 명무(버꾸춤) 등 전통춤 명인들과 포항향토문화유산원 문하생 등이 3개월에 걸쳐 준비했다. 3대를 잇는 전통춤으로 봄을 알리는 3월, 포항시민들의 가정에 액운을 몰아주는 기운을 불어넣어 줄 예정이다.공연에선 김명남 명창의 판소리와 김지립(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명인의 살풀이춤·한량춤·손소고춤을 시작으로 김연자(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명인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와 서한우 명인의 창작무인 버꾸춤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버꾸춤은 우리 풍물놀이에서 버꾸재비들의 토속적인 투박함과 혜안적인 표정 및 표현들이 강렬함과 여흥의 멋으로 어우러져 마당 놀이성의 폭발과 역동성이 숨 쉬는 신명과 흥의 작품이다.장임순 대표는 “전통춤에 관심을 두고 배우거나 배우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젊은소리 쟁이 박준식 대표의 반주로 당대 최고의 세 명무가 직접 무대에서 춤을 추는, 포항에서는 보기 드문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전통연희컴퍼니 예심과 포항향토무형유산원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작품 공연과 전통춤 전승 및 보급을 위한 공연으로 한국의 전통춤 진수를 매 공연마다 올곧게 담아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 전문예술단체다. /윤희정기자

2023-02-27

달성습지 담은 윤국헌·박정일 초대전

대구의 달성습지를 기록한 윤국헌·박정일 작가의 기획 초대전시 ‘안녕? 달성습지’가 오는 3월 31일까지 대구 달성습지생태학습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윤국헌 교수는 경일대학교와 경성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한국예술문화명인 그랜드 마스터로 대학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지도해왔다. 또 박정일 작가는 2019년 홍콩의 민주화운동과 도시재생으로 사라지는 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곳에 형성된 내륙습지로 여러 형태의 물길구간이 발달해있다. 습지 내에는 모래, 자갈, 미세점토 그리고 다양한 생물군을 포함하고 있으며, 원래는 국내 몇 안 되는 흑두루미 도래지였지만, 주변의 산업화와 습지의 육화 현상으로 그 기능이 쇠퇴했다.달성습지는 일반적인 습지와 범람원에서 흔히 관찰되는 갈대와 물억새가 주로 분포하며, 버드나무군락과 참느릅나무도 출현한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달성보와 강정고령보에 의해 일부 서식환경의 변화가 나타나 수심이 깊은 강 하구에서 주로 나타나는 논병아리도 관찰된다.박정일 작가는 “이번 달성습지 초대사진전을 통해 다시 한번 생태복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인간이 자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스스로 가꾸고 다듬는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2-27

‘이건희 컬렉션’ 대구서 다시 만난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살아생전 수집한 미술품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이 대구에서 전시된다. 국내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 81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중섭의 ‘춤추는 가족’,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등 유명 작품들이다.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1일부터 5월 28일까지 1전시실에서 이건희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웰컴 홈: 개화(開花)’를 개최한다.이 전시는 한국 문화·예술의 지형도를 바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 192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한 세기를 아우르는 한국 근현대미술 수작(秀作)들의 가치를 조명해 보고자 기획됐다.대구미술관은 지난 2021년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21점의 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한 것을 기념해 기증작품과 소장작품을 중심으로 특별기획전 ‘웰컴 홈: 향연(饗宴)’을 개최한 바 있다. 미술 애호가와 시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개최됐던 2021년 전시에 이어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과 대구미술관이 기증받아 소장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44명 작가의 작품 81점을 모아 한자리에 소개함으로써 규모와 내용면에서 한층 확장된 형태의 전시를 선보인다.예술의 꽃을 피운다는 의미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웰컴 홈:개화’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관통하는 세 개의 주제, ‘전통미술과 신흥미술의 공존’, ‘격동기, 새로운 시작’, 그리고 ‘미술의 확장과 변용’으로 나눠 소개한다.첫 번째 섹션 ‘전통미술과 신흥미술의 공존’에서는 한국 근대 서양화를 대표하는 작가 구본웅, 김중현, 도상봉, 서동진, 서진달, 오지호, 이인성, 이쾌대의 작품과 전통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노수현, 변관식, 이상범, 허백련의 작품이 소개된다.두 번째 섹션 ‘격동기, 새로운 시작’에서는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 당시의 시대 정신이 직·간접적으로 발현되면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꽃피운 시기의 작가 작품들이 전시된다. 김경, 류경채, 박고석, 박수근, 윤중식, 이봉상, 이중섭, 임직순, 장욱진 등과 더불어 수묵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김기창, 박래현, 박생광, 이응노, 천경자, 그리고 독자적 조형세계를 구축한 권진규, 김종영의 조각 작품을 소개한다.세 번째 섹션은 ‘미술의 확장과 변용’이라는 주제로,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인 김환기, 유영국을 비롯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보여주는 강요배, 고영훈, 곽인식, 권옥연, 김병기, 김영주, 문학진, 박대성, 방혜자, 변종하, 신학철, 이종상, 전뢰진, 하인두의 작품이 소개된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술에 대한 개인의 기호와 관심에서 시작하여 작가들을 후원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는 ‘컬렉션’이 오늘날 기증이라는 아름다운 과정을 거쳐 대중에게 공유될 때 지니게 되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전시를 통해 20세기 험난하고 굴곡진 격동의 시간 속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찬란히 꽃피운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더없이 좋은 경험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3-02-20

4년간 ‘포항시향’ 이끈 임헌정 정기연주회서 마지막 지휘봉

포항시립교향악단은 1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195회 정기연주회 ‘페르귄트’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시립교향악단 임헌정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의 4년 임기 마지막 무대다.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그리그,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대구 대표 작곡가 이철우의 창작 음악을 한 무대에 올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음악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연주회 전반부는 이철우의 창작 발레 음악 ‘아사달과 아사녀’가 연다. 2018년 대구시립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된 이 작품은 불국사 창건 당시 석가탑 축조와 영지(影池)에 얽힌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다.‘사랑과 죽음’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은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트롬본 등 목금관 악기와 전통악기 북, 꽹과리가 만나 동서양의 하모니를 형상화 한 아름다운 곡이다. 임헌정 포항시향 지휘자 이어 베토벤의 걸작 바이올린 독주곡인‘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1, 2번을 선사한다. 이 두 작품은 ‘전원 교향곡’의 목가적인 정서와 함께 베토벤 특유의 열정적인 분위기도 지니고 있으며 풍부하고 서정적 선율이 아름다운 곡이다.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조가현(38)이 무대에 오른다. 조가현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1회 영재 출신으로 동아콩쿠르, 막스 로스탈 국제콩쿠르, 아스펜 국제콩쿠르, 워싱턴 국제콩쿠르 등 국내외 정상급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파 연주자다.연주회 후반부에는 ‘솔베이지의 노래’로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제1, 2번이 펼쳐진다.‘페르귄트 모음곡’은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의 시극(詩劇) ‘페르귄트’에 붙인 곡 중 그리그가 따로 떼어내서 연주회용 모음곡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몰락한 지주의 아들 페르 귄트가 순정적 애인 솔베이지를 버리고 돈과 권력을 찾아 세계 각지를 모험하면서 겪는 내용이 줄거리다. 모음곡 1, 2번에는 ‘아침의 경치’‘오제의 죽음’ ‘아침의 경치’ ‘아라비아의 춤’ ‘페르귄트의 귀향’ ‘솔베이지의 노래’ 등 8곡이 담겨 있다. 북유럽 정취가 물씬 배어 있는 곡들은 노르웨이의 풍경처럼 웅장하면서도 아름답고, 때로는 북해의 차가운 바람과 잿빛 어둠을 연상시키는 쓸쓸함이 혼재돼 나타난다.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남국의 장미’도 만나볼 수 있다. 이 곡은 꿈꾸는 듯이 온화한 관악기와 낮은 현의 도입부로 시작해서 꽃 한 송이씩 펼쳐보이듯 전아하고 따뜻한 왈츠가 하나씩 등장하는 작품으로 한겨울의 정점을 지나 꿈꾸는 봄의 느낌을 전해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15

“붓 가는 대로 미지의 세계를 나아가다”

“특정 소재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해 붓 가는 대로 마음껏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스스로 만든 형식이나 틀, 기존 미술의 양식들 안의 자유이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도달하지 않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차규선 작가의 말)대구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2층) 기억공작소는 오는 4월 15일까지 ‘차규선-風·景 -Scenery’전을 열고 있다.그 곳에 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 날리는 산속의 풍경, 어둠의 끝을 부여잡고 있는 산등성이의 실루엣, 쉽게 밟고 지나칠 수 있는 흙바닥 등 작가가 머물고 품어낸 작고 소박한 자연을 담은 작품들과 맞닥뜨리게 된다.가장 먼저 높이 4m의 작품이 압도적 공간감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며 시선을 끈다. 그러나 관람객이 전시장 내부로 들어서 전체를 둘러보면 큰 작품 외 나머지 3점으로 덩그러니 전시실을 구성하고 있어 어떻게 보면 황량하고 쓸쓸한 풍경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찬찬히 하나씩 작품을 살펴보면 익숙하고 편안함 속에 잔잔하게 밀려드는 미묘한 감정들이 묻어나는 조형 언어들로 구성돼 각기 다른 이야기로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구조다.일명 ‘분청회화’라 불리는 독특한 질감의 풍경화로 유명한 차규선(55)의 풍경은 서구적 회화기법으로 동양의 정신성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25년 가까이 풍경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탐닉하며 서정적 정취를 표현하는 것은 작가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러한 장소와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차규선이 그린 매화는 난만히 가지가 뻗어있고 점점히 뿌려진 물감들이 꽃인지, 눈발인지, 혹은 풍경 속에 있었던 작가의 마음인지 알 수 없다. 번잡하고 비현실적인 선은 온통 풍경을 증거하고 있지만 그것의 단단한 주제는 보이질 않는다. 그러므로 차규선이 그리고 있는 매화는 한겨울 등걸 터진 가지에 한 줄기 늠늠하고 신선한 향기를 품는 고고한 이념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매화가 있는 풍경 전체를 묘사하고 싶은 욕망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멈출 수 없는 마음이 바람에 날리듯, 흐르는 물 같은 풍경의 연속이 화면 가득 나타나 있다. 차규선의 풍경은 필선을 줄이고 줄여 대상을 최대한 간략히 부각시키는 동양화의 기법과 이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규선은 풍경 안에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15

포항문화재단 올 첫 기획전 ‘우묵한 깊이’ 인기

(재)포항문화재단의 올해 첫 기획전시로 진행중인 ‘우묵한 깊이, Overthrust’가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대안공간 space 298은 지역작가의 여러 실험적 작품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운영되고 있다. 단순한 개인전시 형태가 아니라 전시 전문기획자와 협업하고 미술평론의 기회를 연결함으로써 지역작가의 창작의욕과 작품수준을 높일 수 있는 등 여러 미술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거점 공간이다.특히 지역 출신의 젊은 유망작가를 초청해 꾸려진 이번 ‘우묵한 깊이, Overthrust’ 전시는 대형 윤슬 작품을 비롯해 독특한 방식의 작품들이 주는 색다른 감동으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이번 전시에 초청된 권세진 작가는 한국화와 동양화 조형 원리를 ‘지금’, ‘여기’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한국화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고 ‘조각 그림’이라는 방식을 창안해 풍경을 새로운 경험 이미지로 구성하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이번 전시 주제에 큰 영향력을 준 작품 ‘웅덩이’는 사진의 표면 뿐 아니라 그 안의 공간을 보여준다. 작가는 한 장의 사진에 담기 어려운 거대한 풍경을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담묵으로 음영을 넣었다. 신작 ‘이동시점’은 사진 9장을 합성해 그린 풍경으로 작가는 눈을 돌리거나 고개를 움직여야 파악이 가능한 공간을 촬영해 화면을 완성해 생동하는 풍경으로 상상하게 했다.이병희 아트 디렉터는 “벽면에 얇은 ‘조각 그림’을 핀으로 고정해 떨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작품은 관객들이 작품 앞을 지나가거나 움직이면서 생기는 바람으로 관람객의 이야기를 전하게 하고 이를 통해 움직이는 ‘조각 그림’은 그에 대한 대답이라 의미할 수 있다”며 “이처럼 작품과 관객이 서로 반응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번 전시는 관객에게 더욱 밀도 있는 감동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윤희정기자

2023-02-14

‘토스카’, 대구오페라하우스 20주년 서막 연다

대구오페라하우스(관장 정갑균)가 올 시즌 첫 오페라로 푸치니의 ‘토스카’를 무대에 올린다. 다음 달 3∼4일, 10∼11일, 4월 14일과 21일 모두 6차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될 이 작품은 ‘나비부인’, ‘라보엠’과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유명 오페라.‘오페라계의 로맨티스트’로 불리는 ‘토스카’는 주인공인 가수 토스카, 그녀의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 토스카를 차지하려는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간의 삼각관계로 얽힌 비극젹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결국 세 사람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이 오페라는 밀도 있고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아름다운 음악으로 세대를 초월해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1800년 6월 17일’이라는 구체적인 날짜에 일어난 나폴레옹의 마렝고전투라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공간적 배경 또한 실존하는 지역과 건물들로 설정돼 있어 극의 몰입도와 집중도를 한껏 높인다. 여기에 어우러진 푸치니 특유의 서정성과 극적인 구성, ‘별은 빛나건만’, ‘오묘한 조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등 유명 아리아들 또한 ‘토스카’가 사랑받는 이유다.이번 작품은 섬세하고 감각적이며 독창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연출로 한국 오파라계에서 차세대 거장으로 지목되는 정선영이 연출을 맡는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국립극장의 오페라감독이자 2021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 ‘청교도’를 지휘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지휘자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지휘하며 오페라 전문 연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와 대구를 대표하는 대구시립합창단이 출연한다.또한 유럽과 아시아, 한국을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성악가들도 대거 출연한다. 소프라노 조선형과 오희진이 열정적이면서 사랑에 헌신적인 디바 ‘토스카’를, 테너 국윤종과 이병삼이 토스카의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를, 바리톤 한명원과 김승철이 토스카와 카바라도시를 갈라놓는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를 노래한다.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관장은 “오페라 ‘토스카’는 50년 전인 1973년 대구 예술인들의 손으로 제작한 최초의 오페라”라며 “2003년 개관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개관 20주년 첫 오페라로 손색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