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반가운 단비로 생육·파종 해결 농가들 저수조·관정 등 용수시설 확대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가 봉화지역 농작물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 봉화지역은 5월 초순부터 6월 중순까지 이렇다 할 비가 내리지 않아 농민들의 걱정이 깊어졌다. 특히 고추와 사과, 옥수수 등 주요 농작물의 생육이 더디게 진행됐고, 콩 파종 시기마저 놓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농촌 들녘에는 근심이 깊어졌다.
봉화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매년 5~6월은 강수량이 적어 가뭄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다. 고추를 심는 5월과 콩을 파종하는 5월 말~6월 초순은 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지만, 비가 부족해 농작물 생육과 파종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고추 정식이 한창이던 5월 초순부터 40여 일 가까이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밭작물은 극심한 수분 부족 현상을 겪었다. 일부 밭에서는 고추 묘목이 제대로 활착하지 못했고, 옥수수는 잎이 말라가며 생육 부진을 보였다. 콩 파종을 준비하던 농가들은 땅이 지나치게 건조해 메마른 흙먼지만 날리는 밭에 씨앗을 뿌릴 수 없어 아예 파종 자체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속출했다. 일부 농가는 관정을 이용해 긴급 관수를 실시했지만, 넓은 밭 전체에 물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매일 하늘만 바라보며 애를 태워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일 봉화지역에 반가운 비가 내렸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메마른 대지를 적시기에는 충분한 단비였다. 빗물을 머금은 옥수수밭은 이내 파릇파릇한 생기를 되찾았고, 생육이 멈춰 걱정을 자아냈던 고추들 역시 줄기에 단단히 힘을 얻으며 본격적인 성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가뭄 끝에 내린 비가 농작물에는 보약과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봉화군은 반복되는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농업용수 확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수원과 채소 재배 농가들은 자체적으로 관정을 개발해 가뭄에 대비하고 있으며, 군에서도 농업용수 공급시설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봉화군은 지형 특성상 험준한 산악 지형이 많아 과수원과 채소류 밭이 대부분 평지가 아닌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고지대 밭농사는 배수는 잘되지만, 가뭄이 발생했을 때 주변 하천이나 저수지로부터 물을 끌어오기가 지리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동안 봉화군과 개별 농가들은 이러한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암반을 뚫어 지하수를 퍼 올리는 ‘관정(管井)’ 시설에 주로 의존해 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특정 농가 단위가 아닌 마을 단위 또는 권역 단위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시설이 확대되고 있다. 이 사업은 대형 암반관정과 대용량 저수조를 설치한 뒤, 고지대 가뭄 취약 지역의 개별 밭까지 농업용수 공급 관로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방식이다. 시설이 완료되면 농민들은 개인 관정을 관리하는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 없이, 가뭄 시기에도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미 농업용수 공급시설이 구축된 지역은 올해 극심한 가뭄에도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이뤄져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까지 완공되면 마을 단위의 공급체계가 더욱 확대되어 한 지역의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물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단비는 농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지만,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적절한 강우가 이어져야 농작물의 정상적인 생육과 풍년 농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준 단비와 지자체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이 맞물리면서, 봉화의 대지는 풍성한 수확의 희망을 품고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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