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가족 단위 방문객 2000여 명 몰려… 예술성·대중성 모두 잡았다 닥나무 껍질 벗기기부터 외발뜨기까지 선조들의 엄격한 전통 제작 방식 ‘눈길’ 송도솔밭 도시숲, 오감 만족 ‘숲속 한지 연구소’로 변신해 큰 호응
‘2026 제2회 포항한지문화축제’가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 3대가 나들이하고 공유하는 가족친화형 축제로 거듭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포항 송도솔밭 도시숲 일원에서 펼쳐진 이번 축제는 포항 장기면의 역사적 자산이자 조선시대 왕실 서책과 외교 문서 등에 쓰인 전통 한지 ‘백추지(白硾紙)’의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큰 호응을 얻었다.
도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행사 장소를 송도솔밭 도시숲으로 과감히 옮긴 전략도 주효했다. 백추지 고유의 역사성을 강조해 장기면 한지제작소 일원에서 열렸던 지난해 제1회 축제와 달리, 올해는 접근성이 우수한 송도솔밭 도시숲으로 자리를 옮겨 시민 중심의 축제로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방문객들은 울창한 소나무 아래 마련된 ‘숲속 한지 연구소’ 부스에서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닥섬유를 두드려 한지의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종이를 떠보며 지역 전통문화의 뿌리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주최하고 한국한지문화예술원(대표 고정숙)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숲속 한지 연구소’라는 독창적인 콘셉트로 기획됐다. 송도솔밭 일대에 마련된 10여 개의 체험 부스는 방문객이 직접 한지를 탐구하는 ‘연구원’이 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으며, 주말 이틀 동안 총 2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전통 한지의 멋과 가치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곳은 단연 ‘포항 고래 한지 그립톡’ 제작 부스였다. 포항을 상징하는 영물인 고래를 한지에 직접 그려 휴대폰에 거치할 수 있도록 만든 이 프로그램은 전통 소재인 한지에 현대적 실용성을 더했다는 점에서 젊은 층과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한지 특유의 은은한 결 위에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고래를 그려 넣은 아이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정보기술(IT) 소품을 가졌다는 즐거움에 연신 미소를 지었다.
전통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었던 A존 '한지제작존’ 역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닥나무 껍질을 다듬는 기초 작업부터 전통 외발뜨기와 철판뜨기 방식으로 종이를 직접 떠보는 과정은 교육적으로도 큰 가치를 증명했다. 뜨거운 열기와 자연 바람을 이용해 한지를 건조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선조들의 인내와 지혜에 감탄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B존 ‘실험체험존’에서는 한지 부채와 종이탈 만들기 등 전통 공예 체험이 이어졌다. 닥나무를 활용한 ‘향 실험실’과 은은한 ‘빛 실험실(무드등 만들기)’은 감각적인 체험을 선호하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D존 ’한지작품마당존’에는 관내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만든 한지 작품과 지역 작가 6인의 공예 전시가 어우러져 솔밭의 운치를 더했다.
축제장 곳곳을 돌며 ‘향·빛·바람·나무·물’ 미션을 수행하고 ‘연구원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축제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시민 이 모(42·포항시 남구 대잠동) 씨는 “아이가 한지 고래 그립톡과 부채 만들기를 무척 즐거워했다”며 “올해 2회째를 맞이한 신생 축제인 만큼, 내년에는 포항시의 예산 증액과 지원이 확대되어 더욱 짜임새 있는 축제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 기간 일부 인기 체험존의 재료가 조기 소진돼 발길을 돌려야 했던 상황은 향후 축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으로 남았다.
고정숙 한국한지문화예술원 대표는 “전통 한지는 장인의 혼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백추지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일상 속에서 전통의 가치를 되새기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