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매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지구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태양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뜨거웠어도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행성이 되었을 것이고, 반대로 조금만 더 식어 있었어도 지금과 같은 생명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액체 상태의 물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를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절묘한 균형점에 위치하고 있다. 지구를 살리는 것은 강력한 에너지 자체가 아니라 적절한 균형이다. 건강도 이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몸이 약해져서 병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몸을 조절하는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때 다양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리 몸에는 자율신경계라는 자동 조절 장치가 있다. 교감신경은 활동과 긴장을 담당하고 부교감신경은 휴식과 회복을 담당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교감신경은 가속 페달이고 부교감신경은 브레이크다. 현대인들은 하루 종일 가속 페달만 밟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균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업무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 인간관계의 문제는 끊임없이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소화기관으로 가야 할 혈액이 근육과 뇌로 우선 공급된다. 이는 원래 위험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반응이지만 현대인들은 맹수를 만나는 대신 끊임없는 경쟁과 과도한 정보 속에서 같은 반응을 반복하고 있다. 몸은 쉬고 있는데 정신은 쉬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단순히 잠을 설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해지고 이유 없이 불안해지거나 짜증이 늘어난다. 소화불량과 복부 팽만감이 나타나고 목과 어깨 통증, 만성 두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에는 화병이나 갱년기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치료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몸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에 열이 위로 치솟고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가슴이 답답한 경우에는 과도하게 흥분된 상태를 조절해야 하며 반대로 쉽게 지치고 회복이 느린 경우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 열이 치받는 상태에서 무조건 홍삼이나 보약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몸이 차고 기운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적절한 보강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강한 약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몸 상태에 맞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태양이 안정적으로 빛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중력과 핵융합이 끊임없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만약 핵융합 에너지가 너무 강하면 태양은 팽창하고 중력이 지나치게 우세하면 수축하게 된다. 건강은 단순히 힘이 넘치는 상태가 아니라 몸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태양이 적절한 온도와 에너지를 유지할 때 지구에 생명이 꽃피듯이 우리 몸도 자율신경의 균형이 유지될 때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건강은 무조건 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다. 우주가 균형 위에서 존재하듯 우리 몸도 균형 위에서 건강을 유지한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