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압도적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먼저 실점한 우리 대표팀은 동점 골에 이어 역전 골을 넣으며 승점을 차지했다. 오는 금요일 멕시코전에서도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축구나 럭비 같은 스포츠 경기에는 ‘어드벤티지 룰’(Advantage Rule)이라는 게 있다. 반칙이 발생해도,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는 편이 피해 팀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는다. 반칙이 일어났다고 무조건 경기를 중단시키면, 오히려 반칙한 팀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된 ‘잠실7동 투표소’의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에 유리했다. 서울시장과 송파구청장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시의원 당선자도 국민의힘 후보다. 송파구 6개 선거구 가운데 다섯 군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잠실7동이 속한 마 선거구 구의원 세 자리 가운데 두 자리를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시의원 비례 득표는 잠실 7동 표를 뒤늦게 더하면서 민주당 의석 한 석이 국민의힘 차지가 됐다.
여기서는 다시 투표해서 국민의힘에 유리할 여지가 없다. 스포츠였다면 어드벤티지 룰을 적용할 법하다. 공직선거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공직선거법 198조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어느 투표구가 투표하지 못하거나, ‘투표함을 분실·멸실’한 경우 재투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2항에 “재투표가 당해 선거구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당선인을 결정한다”라고 단서를 달아놓았다.
그런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신속하게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전국 재선거를 치르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제가 서울시장 당선자였다면, 지금 당장 잠실 올림픽공원 현장으로 가 재선거를 선언할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을 비판했다.
장 대표의 주장은 6·3 지방선거가 ‘부정선거’였다고 전제하고 있다. 부정선거라면, 누가 기획했을까. 부정선거로 무엇이 잘못됐나. 잠실7동은 모두 국민의힘이 당선됐는데, 재선거로 무엇을 바꾸려는 건가.
‘재선거’는 ‘재투표’와도 다르다. 재투표는 문제가 된 특정 선거구나 투표구만 다시 투표하면 된다. 새로운 후보가 등록할 수도 없다. 그러나 재선거는 이미 치른 선거를 모두 무효로 처리한다. 처음부터 다시 한다. 새 후보가 나설 수도 있다. 선거판을 처음부터 다시 짜는 것이다.
재선거하면 오세훈 시장이 다시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3연임까지만 가능한 데, 오 시장은 과거 4·5기 시장에 이어 7·8기 시장도 역임했다. 이번에 당선됐으니, 이미 3연임이라 사퇴하고 재선거하면, 나서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다. 전문가들 의견도 나뉜다. 정부는 유권해석을 유보하고 있다. 국회 다수당도 민주당이다. 오 시장이 재선거를 주장하려면, 국회든, 정부든, 오 시장의 출마 자격을 문제 삼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장 대표 주장대로 부정선거로 인정하고, 전부 무효로 하면 전국적인 재선거를 할 수 있다. 후보 대진표가 바뀔 수밖에 없다. 한동훈 후보가 당선된 부산 북구, 추경호 후보가 당선된 대구 시장 선거에도 새로운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부산시장 선거는 국민의힘이 뒤집을 자신이 있는 걸까.
정치적 주장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원하는 결과가 있다. 철저하게 계산한다. 재선거를 요구해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차기 대선 경쟁자인 오세훈 시장과 한동훈 의원을 밀어내려 한다는 오해를 떨치기 어렵다. 장동혁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을 다른 쟁점으로 흐리려 한다는 의심도 받는다.
투표지 부족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중에 가장 핵심이 투표다. 투표지가 모자라 주권 행사를 못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학생들이 요구하는 것도 그 세 가지다.
그런데 부정 선거론자들이 정치적 의도를 덮어씌우면서 혼란에 빠졌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보수세력 전체를 비상식적인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