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정부와 여당의 반도체 투자 구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광주와 전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 유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역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투자 그 자체가 아니다. 투자 방향이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얼마나 부합하느냐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방 경쟁력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해 왔다. 반도체 산업 역시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남부권 전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구상을 내놓았다. 광주는 패키징, 부산은 전력반도체, 구미는 소재·부품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최근 흘러나오는 투자 논의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반도체 후공정 분야인 패키징 산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다른 지역의 후속 계획은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구미의 경우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 집적도가 높고 전자산업 기반도 탄탄하다. 낙동강 수계를 활용한 공업용수 공급 능력과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전자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반도체 투자 논의 과정에서 구미의 이름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지역 산업계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입지 선정과 투자 결정은 정치적 유불리보다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효율성, 그리고 국가 전체의 발전 전략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고 각 지역의 강점을 살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만약 균형발전이 지역 간 ‘나눠주기’ 경쟁으로 변질된다면 그 정책은 출발점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지역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느냐가 아니다. 정부가 약속한 국가균형발전 원칙이 실제 산업정책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다. 구미를 비롯한 비수도권 산업도시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 지리적으로도 서울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경상과 호남은 다 힘들고, 배고픈 지역이다. 반도체 투자에 목마른 이들 비수도권 지역이 경쟁 때문에 서로를 배척하고, 미워하고, 싸우게 만들고야 말 정책 추진 방안은 참말로 바보스럽고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류승완 기자 ryus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