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생략한 지자체들…“행정 공백 줄이고 예산 절감” 단체장 교체 지역은 대규모 인수위…“군정·시정 전면 재설계”
대구·경북(TK) 지역 신임 자치단체장들이 취임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구성 방식이 지역별 여건에 따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자치단체장의 인수위 구성이 명확한 법적 권리(시·도 20명 이내, 시·군·구 15명 이내)로 보장되면서 공식적인 예산과 인력 투입이 가능해졌으나, 일선 지자체들은 예산 절감이라는 ‘실리’와 시정 개혁이라는 ‘명분’ 사이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내리는 모양새다.
□ 행정력·세금 부담에 ‘인수위 패스’
지자체장 인수위 운영에는 통상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지방재정이 투입된다. 위원 및 자문위원들의 수당과 여비, 사무실 임차료, 사무기기 렌탈비, 활동 결과를 담은 백서 발간 비용 등이 모두 주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여기에 기획·행정 등 내부 핵심 공무원들이 파견 형식으로 상주하고, 전 부서가 업무 보고 자료 작성을 상시 준비해야 해 본연의 행정 업무 외에 상당한 과부하가 걸린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예산 및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과감히 인수위를 생략한 ‘실리파’ 지역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 서구의 권오상 구청장 당선인은 최근까지 서구 부구청장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인수위를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 구청 내부 사정과 서대구역세권 개발 등 주요 현안을 이미 숙지하고 있어 별도의 조직 없이 부서별 간소한 서면 보고로 절차를 대체, 예산을 절감하고 공무원의 의전성 업무 부담을 없앴다.
경북 영천시의 김병삼 시장 당선인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통합과 시정 안정”이라며 이벤트성 기구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당선인은 시립도서관 내에 간소한 사무실만 마련한 채 공무원 파견 없이 실무 서류 검토 중심의 ‘초슬림형’ 현안 파악에 돌입했다.
예천군 안병윤 군수 당선자도 인수위를 꾸리지 않고 경도대 교수 연구실에서 관련 부서로부터 간단한 업무보고만 받는다. 경북도 기획실장,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을 지낸 베테랑 지방행정가로서 업무 파악이 어렵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 단체장 교체 지역은 대규모 인수위 꾸려
반면 단체장이 새로 교체되거나 전임 자치단체장의 장기 집권이 끝나 대대적인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한 지역들은 법적 한도를 가득 채운 대규모 인수위를 가동하며 정밀 진단에 나섰다.
경북 청도군의 박권현 군수 당선인은 전직 청도군 기획실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법적 최대한도인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인수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군정(郡政) 비전과 핵심 공약 사업, 조직 및 재정 운영 방향을 전면 재진단해 ‘민선 9기 군정 로드맵’을 확실히 짜겠다는 구상이다.
단체장이 교체된 포항시, 영주시, 문경시, 상주시 등 경북 내 13개 시·군 대부분도 15명 이내의 위원들로 인수위를 꾸렸다. 특히 장기 집권이 끝나거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일부 지자체는 인수위 산하에 여러 분과를 두고 부서별 업무 보고를 대대적으로 받으며 전임 정부의 예산과 조직 개편안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하고 있다.
대구 지역에서도 대규모 현안이 산적한 3선 퇴임 지역을 중심으로 인수위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김용판 당선인)는 구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20명 규모의 4개 분과 인수위를 띄웠으며,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터 개발 등 굵직한 과제가 있는 대구 북구(이근수 당선인) 역시 공식 인수위를 본격 가동 중이다. 대구광역시(추경호 당선인)의 경우, 대구콘텐츠센터에 인수위를 출범하되 실무 중심의 소수 정예 슬림 규모로 구성해 명분과 효율을 동시에 잡겠다는 절충안을 택했다.
□ 자치단체별 ‘선택과 집중’…성과로 증명
결국 인수위 운영을 둘러싼 대구·경북 지역의 행보는 지자체의 현재 상황에 맞춘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인수위를 과감히 패스한 지역은 수천만 원의 세금을 아껴 민생 현안에 즉각 투입하고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속도전’을 선택했다. 반면 법적 한도를 채워 정공법을 택한 지역은 당장의 세금과 행정력 투입을 감수하더라도 향후 4년 동안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행정 체질을 뿌리째 바꾸는 ‘정밀 진단’을 선택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인수위 구성 여부 자체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산을 아껴 실리(實利)를 취했든, 비용을 들여 밑그림을 새로 그렸든 향후 임기 동안 당선인들이 내놓을 행정 성과와 주민의 이익에 따라 각 선택의 최종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안진·김락현·조규남·피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