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비산동에 위치한 원고개시장은 오랜 역사와 정겨운 분위기를 간직한 전통시장이다. 시장이 자리한 원고개는 예로부터 대구와 한양을 잇는 중요한 길목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새로운 원님이 부임해 오거나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였다고 전해진다. 관료뿐만 아니라 상인과 백성들도 이 길을 이용했으며, 각종 물자와 소식이 오가던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원고개라는 지명이 탄생하게 됐다.
원고개는 흥미로운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주민들에게 선정을 베풀던 한 원님이 임기를 마치고 한양으로 돌아가던 중 이 고개를 넘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이 원님의 무덤을 만들고 해마다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슬픔과 애도의 뜻을 담아 이곳을 ‘원(怨)고개’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원님이 타고 다니던 말의 무덤이 이 일대에 있었다는 전설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원고개의 역사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 원고개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이 이어지는 생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원고개시장은 1960년대 비산동 일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다. 규모는 대형 시장에 비해 크지 않지만 오랜 단골손님과 상인들이 함께 만들어 온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형형색색의 신선한 과일들이다. 계절마다 제철 과일이 풍성하게 진열돼 있어 시장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상인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품질 좋은 과일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며, 손님들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전통시장만의 친근함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먹거리 역시 원고개시장의 큰 매력이다. 시장 곳곳에는 다양한 분식점들이 자리해 있어 떡볶이와 순대, 김밥, 튀김 등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을 맛볼 수 있다. 푸짐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들도 시장의 자랑거리다. 족발과 통닭을 판매하는 가게들은 고소한 냄새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정성껏 삶아낸 족발은 쫄깃한 식감과 깊은 풍미를 자랑하며, 갓 튀겨낸 통닭은 바삭한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까지 자랑하여 이곳에 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원고개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상인과 주민들은 오랜 시간 서로를 알아가며 신뢰를 쌓아왔고, 시장은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의 장이 됐다. 오랜 단골손님들은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뿐 아니라 상인들과 안부를 나누며 정을 나눈다. 이러한 인간적인 온기는 전통시장이 가진 가장 큰 가치 가운데 하나다.
시장 주변에는 원고개의 역사와 전설을 알리는 다양한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원님 행차길’을 주제로 조성된 조형물들은 원고개 지명에 담긴 이야기를 방문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사람들은 장보기와 함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으며, 이는 원고개시장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꼽힌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도 원고개시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지역 주민들의 곁을 묵묵히 지켜오고 있다. 과거 대구와 한양을 잇던 중요한 길목이었던 원고개는 이제 지역민들의 삶과 추억이 쌓이는 생활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신선한 과일과 다양한 먹거리,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풍경이 살아 있는 원고개시장은 오늘도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시장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