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 연 7.33%…3년 8개월 만에 최고 미분양 5000가구 안팎·악성 미분양 4000가구 넘어…경매 증가 우려 확산
최근 침체의 터널을 지나 바닥을 다져가던 대구 부동산 시장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연 7.33%까지 치솟으며 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집값 상승기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쓴 이른바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전국 최상위권 수준의 미분양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금리와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회복 기대감마저 위축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혼합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6월 5일 기준)는 연 4.39~7.33% 수준으로 형성됐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은 시장 금리가 급등했던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데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은행채 금리가 상승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며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높인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상승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대구 지역 가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실제 5억원을 주택담보대출로 빌린 차주의 경우 금리가 연 4%에서 7%로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은 약 2000만원에서 3500만원 수준으로 증가한다. 단순 계산 기준 월 이자 부담은 약 125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대구는 전국에서도 미분양 부담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4996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4050가구에 달했다. 지난 4월에도 전체 미분양 물량은 4820가구를 기록해 여전히 전국 최상위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은 최근 수성구 학군지와 일부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며 바닥론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도 늘고 있다. 부동산 경·공매 업계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담보권이 실행되는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올해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매 증가가 단순히 금리 상승 때문만이 아니라 공급 과잉과 미분양 누적, 경기 침체 등 기존 부실 요인에 고금리 부담이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현장의 공인중개업소들은 매수 문의는 크게 줄어든 반면 급매 상담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수성구 범어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초만 해도 대환대출이나 갈아타기를 통해 상급지 진입을 고민하는 30대 문의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매도를 고민하는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금리 충격이 부동산 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용대출까지 활용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상환 부담도 함께 커지면서 지역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공급 과잉과 미분양 문제를 겪어온 지역 중 하나”라며 “미분양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급매와 경매 물량이 늘어나면서 시장 회복세가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