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너머의 한국문학’ 대담 성료···포항공대 출신 작가가 세계 무대에서 증명한 ‘이야기의 힘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행사 참여차 프랑스 파리 방문
“제 이야기가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지나 독자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놀라운 경험입니다. 프랑스라는 먼 곳에서도 이야기의 가장 깊은 곳을 이해해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한국 SF(공상과학) 문학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소설가 김초엽(33)의 시선은 늘 머나먼 행성과 우주를 향해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인간’이 있다. 포항공대(POSTECH)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과학도 출신인 그는, 이제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가로 우뚝 섰다.
한국문학번역원이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주최한 ‘시간 너머의 한국문학’ 행사에 초청된 김 작가는 지난 6월 1일부터 5일까지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현지 팬들과 뜨겁게 호흡했다. 특히 6월 3일 오후 7시 주 프랑스한국문화원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한불 작가 대담 ‘우리의 삶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는 현지 독자들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지난 6월 6일 귀국한 김초엽 작가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파리 무대에 올랐던 소회와 과학도 시절의 경험이 녹아든 그녀의 깊은 작품 세계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행사에 한국 대표 SF 작가로 참여해 파리 무대에 올랐다. 프랑스 현지 독자들을 직접 만난 소감이 어떤지?
△이렇게 먼 나라에도 제 이야기를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독자 질문을 받았을 때 ‘식물의 관점이 왜 중요한지’, ‘이해와 연민의 차이는 무엇인지’처럼 저 스스로도 생각해볼 만한 질문들이 많아 재미있었다. 사실 가장 즐거웠던 건 함께 갔던 작가님들과의 교류였다. 다양한 소설 영역 중에서도 대중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작가들끼리 모이다 보니 공감대가 많았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2023년에 ‘지구 끝의 온실(LA SERRE DU BOUT DU MONDE)’, 2024년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PROPRIETES PHYSIQUES DU SENTIMENT)’이 드크레센조 출판사를 통해 번역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프랑스 독자들이 김초엽 표 SF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번역과 책을 알리려는 출판사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과학소설은 경계를 넘나드는 소재와 설정을 활용하는 만큼, 문화 차이가 있어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뼈대가 있다. 그렇지만 해외에서 독자들에게 닿기 위해 필요한 가장 강력한 요소는 번역과 출판사의 홍보 노력이라고 본다.
-포항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포항공대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18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데, 포항에서의 과학도 시절 경험이 소설가 김초엽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
△과학을 배우며 과학적 태도, 연구 방법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식 자체는 사실 전공 공부를 한 지 10년 지나서 다 잊어버렸지만, 그때 과학이라는 세계의 지도를 그려나가던 방법 자체는 몸에 배어있다. 소설을 쓸 때도 매번 새로운 분야를 접하는데, 그때 지도를 그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덜한 것 같다. 호기심, 그리고 알고 싶다는 집념이 있으면 언젠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