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개장가 1,530원대 외국인 60조원 순매도도 원화 약세 부채질
원·달러 환율이 17년여 만에 장중 1,530원선을 돌파하며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에 따른 중동 리스크와 미국의 대(對)한국 추가 관세 발표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13.6원 오른 1,530.0원에 출발했다. 개장 직후 1,530.8원까지 상승한 뒤 일시적으로 1,520원대 중반까지 밀렸지만 다시 1,530원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환율이 개장가 기준 1,53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54.0원) 이후 처음이다. 장중 기준으로도 지난 3월 31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1,530원대를 넘어섰다. 당시 장중 고점은 1,536.9원이었다.
환율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 국면에도 군사 행동을 이어가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이란 케슘섬의 통신시설과 유조선을 공격하자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내 미군 관련 시설을 공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 공항이 공격받아 인명 및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12.5%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해당 조치는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조치 이행이 미흡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한국은 일본·중국·호주·브라질 등과 함께 대상국에 포함됐다.
이 같은 악재는 역외시장에서 먼저 반영됐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533.1원에 거래를 마치며 급등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3조3천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셈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중동 정세와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환율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