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 몰려 인산인해…“몸 지쳐도 힘 솟는다” 한마디에 환호 대구경제 살릴 적임자로 추경호 지목…막판 선거판 흔든 지원 유세
31일 오후 4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 대신119안전센터 앞 큰장로는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시장 상인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도로는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웠다. 대구 정치의 상징적 공간인 서문시장이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문으로 다시 한번 거대한 정치 무대로 변했다.
서문시장 현장은 이른 오후부터 술렁였다. 박 전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날부터 전해지자 시장 일대에는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경찰과 경호 인력이 곳곳에 배치돼 통행을 통제했지만 인파는 계속 불어났다. 경찰인력 200여 명이 이날 배치됐다. 태극기를 든 노년층은 물론 가족 단위 방문객, 젊은 층까지 몰려들며 시장 골목과 인도, 육교 위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인근 건물과 육교에서는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유튜브로 생중계를 시청하거나 촬영을 했다. 시장 상인들은 가게 앞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의 동선을 기다렸고 일부 시민은 수십 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그의 도착을 기다렸다.
오후 4시쯤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올린 채 촬영을 했고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외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기호 2번을 상징하는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이는 지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 전 대통령은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상인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 안으로 이동했다. 다만 과거 방문 때처럼 상인들과 오랜 시간 접촉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경찰과 경호 인력이 촘촘한 이중 경호선을 형성하면서 일반 시민의 접근은 엄격히 제한됐다. 일부 지지자들이 가까이 다가가려다 제지당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 상인은 “가까이에서 인사라도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직접 와준 것만으로 반갑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서문시장까지 찾아와줘 고맙다”고 했다.
현장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수많은 취재진이 박 전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곳곳에서 혼잡이 빚어졌다. 사진기자들은 인파에 밀려 촬영 위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인근 상가로 이동해 높은 곳에서 촬영을 시도하기도 했다.
서문시장을 한 바퀴 돈 박 전 대통령은 추경호 후보 유세차량 앞에 도착한 후 대구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대구 경제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을 뵈니까 제가 몸이 조금 지쳐 있어도 힘이 다시 솟는 것 같다. 대구를 보수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서문시장은 보수의 상징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구 경제가 어려워 시민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 후보를 향해서는, “국무조정실장 시절 함께 일하며 능력을 확인했고 경제부총리도 역임한 만큼 대구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고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고 유세차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현장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로고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지자들과 선거운동원들은 일제히 율동을 펼쳤고 “추경호”, “박근혜”를 외치는 연호가 시장 일대를 뒤덮었다.
대선을 비롯한 주요 선거 때마다 보수 진영 결집의 상징적 공간 역할을 해온 서문시장. 이날 30여 분간의 박 전 대통령 방문이 초박빙 판세로 진행되고 있는 대구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이날 서문시장을 가득 메운 함성과 열기는 선거일까지 이어질 막판 선거전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문시장 방문에 이어, 밤에는 수성못 일대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추 후보 유세를 지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