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미래교육 성과 계승” vs 임 “브랜드 교육 아닌 현장 회복” vs 서 “입시 현실 맞는 전면 재설계 필요” 도덕성·정치 이력 공방까지 번지며 격돌
28일 열린 대구시교육감 후보자 토론회는 단순한 정책 설명회가 아니었다. 국제바칼로레아(IB) 확대를 축으로 한 현 교육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현장 중심 정책으로 대구 교육을 다시 설계할 것인지를 둘러싼 ‘대구교육 노선 전쟁’에 가까웠다.
대구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강은희·서중현·임성무 후보(가나다순)가 참석해 70분 동안 미래교육, 교권, 늘봄학교, 학령인구 감소, 지역 간 교육격차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토론 후반부에는 과거 정치 이력과 도덕성 검증까지 이어지며 감정 충돌 양상도 나타났다.
◇IB 교육 놓고 정면충돌…“전국 모델” vs “특권 교육”
가장 뜨거운 쟁점은 역시 대구교육의 대표 정책으로 자리 잡은 IB 교육이었다.
강은희 후보는 “IB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구 공교육 혁신의 상징”이라고 규정했다.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토론하는 수업 체계를 정착시켰고, 전국 교육청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후보는 “대구교육은 이미 미래교육 방향을 선점했다”며 “IB교육을 중심으로 공교육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반면 임성무 후보는 “대구시교육청이 일부 지정 학교 중심으로 예산과 자원을 몰아주면서 대다수 학교 현장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사들은 수업보다 행정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브랜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중현 후보는 IB교육의 취지에는 찬성하면서도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입시 체계와의 괴리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교사 피로도와 학부모 혼란까지 고려한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과정에서는 IB 교육을 바라보는 후보 간 철학 차이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강 후보가 ‘세계 기준 미래교육’에 대해 강조했다면, 임 후보는 ‘교육 복지와 일반 학교 회복’, 서 후보는 ‘현실 입시와의 접점’을 각각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수성구 쏠림·교육격차 난타전…“구조적 양극화” vs “이미 개선 중”
대구 교육계의 해묵은 과제인 수성구 중심 학군 쏠림 현상도 이날 토론회에서 핫 이슈가 됐다.
임 후보와 서 후보는 동·서 지역 간 교육 인프라와 진학 환경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좋은 학교를 찾아 이사 가는 현실이 여전하다”며 현 교육 정책의 한계를 비판했다.
임 후보는 “수성구를 중심으로 한 특정 지역만 살아남는 진학구조를 방치하면 결국 대구 전체 교육 경쟁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후보 역시 “비수성권 학생과 학부모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하다”며 “지역별 맞춤형 특성화 교육과 공교육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단순하게 지역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AI·SW 교육 인프라 확대, 학교 공간 혁신, 권역별 교육 투자 등을 언급하며 “교육격차 해소 정책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 중”이라고 맞섰다.
◇늘봄학교 해법도 엇갈려…“국가 책임 강화” vs “학교 업무 떠넘기기”
늘봄학교 정책을 두고도 후보 간 시각차가 뚜렷했다.
강 후보는 “돌봄 수요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학교가 아이 돌봄 안전망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반 미래형 늘봄 프로그램 확대와 방과후 시스템 고도화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면 임 후보는 “지금 방식은 돌봄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기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돌봄과 교육 기능을 행정적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후보는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학부모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보여주기식 확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재배치 문제를 두고도 강 후보는 거점학교 중심 효율화를, 서 후보는 소규모 특성화 학교 육성을 각각 대안으로 제시했다.
◇토론 후반 ‘네거티브 격돌’…과거 이력·도덕성까지 거론
토론 후반 갈수록 네거티브 공세가 심해지면서 토론 분위기는 급격하게 거칠어졌다. 후보들은 정책 검증을 넘어 상대 후보의 과거 정치 이력과 도덕성 문제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서 후보는 강 후보의 과거 선거법 위반 재판 전력을 언급하며 “교육 수장으로서 도덕적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임 후보 역시 “교육청 인사가 특정 라인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현장 불만이 적지 않다”며 ‘불통·밀실 교육행정’ 문제를 제기했다.
강 후보는 즉각 반격했다. 그는 “이미 법적으로 정리된 사안을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꺼내 정치 공세에 활용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맞받았다.
역공은 서 후보에게도 향했다. 서 후보의 과거 잦은 당적 변경 이력이 도마에 오르자, 서 후보는 “교육에는 진영 논리가 아니라 실용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정치적 일관성 부족이 아니냐”고 거듭 비판했다.
토론 말미에는 후보 간 발언이 겹치고 서로 말을 끊는 장면까지 이어지며 스튜디오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교권·학력 격차 해법도 차이…“현장 회복” vs “시스템 안정”
교권 침해와 기초학력 저하 문제에서도 후보별 해법은 엇갈렸다.
서 후보는 “학교폭력과 교권 붕괴로 정상적인 교육 환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기초학력 전담 지원 체계 구축과 학폭 대응 시스템 개편을 제시했다.
임 후보는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관료주의 행정”이라며 교권 법률지원단 상설화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강 후보는 “대구교육청은 이미 교원안심번호와 교원치유지원센터 확대 등 선제 대응을 해왔다”며 시스템 안정성과 정책 연속성을 강조했다.
◇“성과 계승이냐 체제 전환이냐”…대구교육 선택의 시간
지역 교육계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두고 “대구교육 방향성을 둘러싼 가치 충돌이 선명하게 드러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과 정책 연속성을 앞세워 안정론을 주장했고, 임 후보와 서 후보는 현장 피로감과 교육격차 문제를 파고들며 ‘변화론’을 정당화하는데 집중했다.
이제 남은 기간 후보별 지지도 변화의 핵심 변수는 각 후보가 제시한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이 될 전망이다. IB 확대·재설계, 늘봄학교 개편,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지역 교육격차 해소 등은 모두 막대한 예산과 중앙정부 협의가 필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인물 경쟁이 아니라 대구교육 시스템 자체를 유지할 것인지 바꿀 것인지 선택하는 선거”라며 “유권자들이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실제 실행 가능성까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