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기 굴착기가 현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충전 후 작업 가능 시간이 짧은데다 충전 시설이 갖춰진 작업 현장이 없고, 최소 94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도 디젤 장비보다 비싼 탓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3년부터 무공해건설기계 보급 보조금 지원 사업을 통해 지자체와 전기 굴착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포항에서는 신청이 없다. 경북 전체에서도 2023년 봉화에서 1대, 2024년 김천에서 1대, 지난해 김천에서 1대로 총 3대에 머물렀다.
포항시는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5대를 지원하려 했으나 신청이 없었고, 지난해에도 1대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기굴착기를 찾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디젤굴착기보다 짧은 작업 시간을 지닌 데다 보조금을 받아도 디젤 장비를 사는 비용보다 비싸다. 보조금 지급 대상이 6t 미만 굴착기로 한정한 것도 외면받는 이유다.
굴착기 판매 업체에 따르면, 충전에 6시간이 필요한 2t급 전기 굴착기의 경우 가동 가능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하다. 동급 디젤 굴착기는 1회 주유 시 약 8시간을 작업할 수 있다.
가격 구조도 문제다. 4280만 원짜리 2t급 전기 굴착기의 경우 보조금 1590만 원을 받아 323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급속충전기까지 사면 3450만 원이다. 업체에서 제공하는 할인을 적용하면 2500만~2700만 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반면에 1.7t급 디젤 굴착기는 2300만 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어 가격이 싼 디젤 굴착기로 손이 갈 수밖에 없다.
굴착기 기사 최모씨는 “농사에 쓴다고 해도 중형급 이상은 돼야 작업이 편하다”며 “보조금 받아 전기 굴착기 살 돈으로 중형급 이상 중고 디젤 굴착기를 알아보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말했다.
포항시 기후대기과 관계자는 “전기 굴착기 신청이 저조한 탓에 경북에서 보조금 지급 예산이 없어진 지역도 있다”면서 “포항시도 앞으로 예산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국진 수습기자 bunnyjin@kbmaeil.com